복지부동과 소신이 미싱건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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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제주특별자치도지사, 행정시장의 취임사에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하나 있다.

바로 복지부동과 소신이다. 공직자의 업무 처리는 도민을 위하고 시민을 위하는 데 최우선을 두라고 하면서, 업무처리함에 있어서 절대 복지부동하여서는 아니 되고 만약 복지부동하는 공직자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와 덧붙여 하는 말이 바로 소신이다. 도민과 시민을 위해 소신껏 일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내가 즉 도지사, 시장이 책임진다고 하면서, 공직사회의 소신행정을 쉼없이 강조한다.

그런데 필자가 한때 공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여러 도지사, 시장이 이·취임을 했지만, 소신껏 일한 공무원에 대하여 책임지는 모습을 보질 못했다.

복지부동은 글자 그대로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음을 의미하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모든 것을 법대로만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것을 말단 공직사회에서는 소신없이 업무 처리하는 것으로 실무자들끼리는 회자된다. 하긴 법에 의해 인·허가 등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법대로만 처리하는데 소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말단 공직에 조금이라도 몸을 담아본 사람들이라면, 이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법이라는 굴레는 상대적이라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이에 따라 적용을 받게 되는 당사자들 또한 얼굴색이 달라진다.

그러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반드시 법대로만 할 수 없는 경우가 간혹 나타난다. 그래서 상급자들은 소신이라는 단어를 꺼내들게 된다. 업무 처리 자가 업무 처리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소신껏 하라는 주문도 곁들인다.

이 과정에서 그 소신에 대한 판단은 상급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업무 처리 자에게 있다. 이쯤에서 업무 담당자는 복지부동, 즉 법대로 간결하게 처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상급자의 지시대로 소신껏 해야 할 지를 판단해야만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왜냐하면 복지부동하거나 아니면 소신껏 하였을 때, 그 결과가 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동하게 되면 즉각 상급자로부터 소신 없는 공직자로 개별 인식이 되어 버리고, 소신껏 하게 되면, 몇 년 후가 될는지 모르지만 필연적으로 감사위원회 감사를 받게 되고, 감사위원회에서는 왜 법대로 하지 않았느냐며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받게 될게 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한 때 전문직으로 근무했던 분야는 문화재 부서였다. 재직하는 동안 동료들과 함께 60여개가 넘는 문화재를 발굴하여 지정하고 확대하면서, 나름대로 보존 활용에 소신껏 업무 처리하여 왔었다고 감히 자부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어렵게 꺼내든 것은 최근 동료 공직자들이 소신껏 일하다가 수난을 당하는 것 같아 노파심으로 몇 마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업무와는 달리 문화재 분야는 그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전문성을 요구하는 사항이다. 때문에 실무자는 업무 처리에 앞서 반드시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처리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모든 공직 업무가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문화재 분야만큼은 담당자의 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재는 국가의 자산이다. 더 많은 현장 확인으로 문화재의 적극 활용을 통해 시민들에게 절대 이익이 되고, 국민의 문화재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적극 앞장서 주길 바라면서, 이 과정에서 소신껏 일하는 문화재인이 되어 줄 것을 더불어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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