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제주성 절벽 위에 있던 최고의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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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적 가치 뛰어난 공신정 허물고 신사 들어서
▲ 일제시대 제주성안에 살았던 일본인 다케노 세이기치가 기억에 의존해 1909년 당시 산지천 일대를 그린 풍경. 맨 앞부터 동문가 삼천서당, 공신정이 차례대로 보인다.

높은 다락에서 북극성을 바라보던 정자(亭子), 공신정(拱辰亭)은 산지천 북수구의 문루(성문 위에 지은 다락집)인 공신루(拱辰樓)에서 유래됐다.

1652년 8월 태풍 내습으로 남·북수구가 헐리자 이듬해인 1653년 3월 제주목사로 부임한 이원진이 남·북수구를 다시 쌓고, 북수구 위에 정자를 세워 낙성을 하면서 공신루라 명명했다.

공신정이란 이름은 중국 당나라의 시인 두보의 ‘한밤중에(中夜)’라는 시에서 ‘높은 다락에서 북극성을 바라본다(危樓望北辰)’는 시구에서 뜻을 빌려왔다.

북신(北辰)은 북극성을 의미한다. 두보는 대궐이 있는 당나라의 수도인 장안을 가리키는 시어로 사용했다.

즉, 공신정은 임금이 있는 한양을 바라보는 정자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북수구 역시 임금이 있는 정북(正北)을 향하고 있었다.

제주성안 가장 높은 곳에 있던 핵심 정자이자 경관적 가치가 뛰어났던 공신정은 조선 후기 세월의 풍파 속에 부침을 거듭했다.

1808년 한정운 목사가 중수(重修·낡은 건물을 손질하고 고침)를 하면서 공신루는 공신정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 1900년대 산지천 하류에 있는 제주성 북성과 무지개다리인 홍예교 모습. 왼쪽 위 현재 제주지방기상청이 들어선 자리에 공신정 건물이 보인다.

산지천의 범람으로 공신정의 피해가 반복되자 이예연 목사는 1832년 금산 언덕 위에 있는 지금의 제주시 건입동 제주지방기상청 자리로 옮겨 새로 지었다.

공신정은 앞면 3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을 한 기와 건물로 툇마루는 없었다. 건물 규모는 98㎡로 추정되고 있다.

1848년 장인식 목사가 다시 중건했고, 1884년 심현택 목사가 중수했다.

대한제국이 들어선 1904년(고종 21)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 목사는 마지막 왕조시대에서 많은 토목공사를 벌여 백성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다.

그 역시 공신정을 다시 중수했다. 이는 공신정의 마지막 보수공사가 됐다.

일제는 내선일체(內鮮一體·조선과 일본은 한 몸이라는 뜻)를 달성하고 종교와 사상을 동화시키기 위해 전국의 주요 도시에 51개의 신사를 세웠다.

▲ 1928년 일제가 공신정 건물을 허물고 지은 제주신사. 신사의 입구에는 일본 신사의 상징인 도리이(鳥居)가 세워졌고 그 뒤의 깃대의 기단석은 공신정의 주춧돌이다.

1928년 일제는 공신정을 허물고 그 자리에 제주신사(濟州神社)를 세웠다.

공신정 터는 천혜의 절벽 위에 들어서면서 제주성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제주성 북성의 최고 경관지로 주변의 금산에서부터 이어진 수림지대는 민간이 함부로 훼손하거나 범접할 수 없었던 공간에 위치해 있었다.

제주신사 아래에는 산지천을 따라 이어진 원정통과 칠성통, 그리고 북신작로는 일본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됐다.

왜적을 감시하던 역할을 했던 공신정 자리에 제주신사가 들어선 가운데 신사는 거류 일본인들의 정신적 안식처이자 수호신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제주신사는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남아 있었지만 그 해 10월 26일 건입동 청년들이 부숴버렸다.

지금의 제주기상청 부지에는 공신정을 비롯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이경록 목사가 창건한 결승정(決勝亭)이 있었다.

결승정은 적을 감시하거나 전방 지휘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지어진 부속건물로 앞면 3칸, 옆면 1칸에 건축면적은 32.7㎡로 추정되고 있다.

이 목사는 왜군이 침입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주성을 보수하면서 쾌히 전승을 다짐하고 무운을 비는 의미에서 결승정을 세웠다. 1809년에는 이현택 목사가 결승정을 새로 고쳐 지었다.

5차례 중수를 했던 공신정과 2차례 개축이 이뤄진 결승정은 일제에 의해 모두 헐리면서 침탈에 따른 아픔이 서려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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