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바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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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성. 재 뉴질랜드 언론인

어린 시절 제주에서 낚싯대를 들고 바다에 가면 많이 잡히는 물고기 중 하나가 붉바리였다. 전체적으로 붉은 빛이 돌면서 호피 무늬와 점이 있어 보기도 좋았고 맛도 좋았다. 하지만 크기는 모두 자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성인이 된 다음에는 제주에서 낚시를 해볼 기회가 없어 붉바리도 더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낚싯대를 들고 바다에 가도 붉바리를 구경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말은 가끔 전해 듣곤 했다. 붉바리만이 아니다.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남아 있을 것 같던 다른 해양 생물들도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왔다. 배를 타고 나가도 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수온 상승과 오염, 무분별한 남획 등 생태계 변화가 원인이었을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도 낚시를 몇 번 해보았다. 오클랜드 앞바다에서 하는 배낚시였다. 가장 많이 잡히는 게 도미였고 손맛이 일품이었다. 물고기들이 어렸을 때 제주 바다에서 잡았던 것보다 훨씬 컸다. 생선을 먹지 않는 사람들까지 취미로 낚시를 하는 이유를 알만 했다.

하지만 이런 취미활동도 뉴질랜드에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 아무리 바다에 수산물이 풍부하다 해도 법을 어겼다간 큰 일 난다. 보는 사람이 없다고 마음대로 잡았다간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어선들도 법에 따라 조업을 하지만 취미로 하는 낚시도 한 사람이 하루에 잡을 수 있는 양과 크기는 엄격하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 어종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낚시를 하려면 그 지역에서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종류와 마릿수가 적힌 목록표와 자를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뉴질랜드 낚시 규정에는 고기를 재는 방법도 친절하게 나와 있다. 물고기는 입에서부터 꼬리지느러미 중간지점까지, 전복은 껍데기의 한쪽 끝과 다른 쪽 끝을 일직선으로 그어 재야한다. 어종별로 볼 때 도미는 오클랜드 지역에서는 길이가 30㎝ 이상 되는 것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7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숭어는 크기 제한 없이 하루에 30마리까지 잡을 수 있고 방어처럼 생긴 킹피시는 75㎝가 넘는 것으로 3마리까지 잡을 수 있다. 전복은 12.5㎝ 이상 되는 것을 10개까지 잡을 수 있다. 이렇게 해도 할당량이 어종별로 적용되기 때문에 그걸 다 채우면 꽤 많은 양이 된다.

하지만 작은 걸 잡았을 땐 무조건 다시 놓아주어야 한다. 단 1㎝만 작아도 미련을 버리는 게 좋다. 낚시 바늘을 빼는 과정에서 실수로 물고기가 죽어버렸다고 해도 가져오는 건 절대 금물이다. 전복은 제주에서 사용하는 비창처럼 날카로운 도구로 따서도 안 되고 크기도 물속에서 재는 게 원칙이다.

또 개인이 잡은 물고기를 팔거나 다른 물건과 교환하는 것도 불법이다. 이런 규정을 어기면 사안에 따라 경미한 것은 500 달러(약 42만원)까지의 벌금으로 끝나지만 큰 것은 재판에 넘겨져 1만 달러에서 최고 25만 달러까지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이와 함께 불법 어로에 사용된 낚시도구와 선박은 물론이고 물고기를 운반하는 데 사용된 자동차까지 압수된다. 낚시가 절대 장난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설마 하겠지만 어디서 불쑥 단속 공무원들이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로 감시원들이 망원경 등을 들고 바닷가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불법 낚시꾼들을 잡아냈다는 보도는 심심찮게 나온다. 아직도 뉴질랜드 바다에 수산물이 풍부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한국도 지속가능한 어업을 지향한다면 이 정도 노력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 그래야 제주 바다의 붉바리도 기쁜 마음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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