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풀해녀학교 교육 모습

제주해녀는 해마다 그 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1970년대 1만4143명이던 제주해녀는 관광산업의 태동과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바다밭 축소 등의 이유로 1980년도에 7804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이후 지속적인 감소를 보이며 최근 3년간 연평균 3.4%가 감소했으며 2015년 말 기준 제주지역 현직 해녀는 4377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해녀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해녀 정년을 80살로 가정했을 때 10년 후면 약 60%가, 20년 후면 약 84%인 3685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제주해녀의 숨비소리도 사라지고 무자맥질 하는 제주여성들의 강인한 정신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두 가지 해녀수 유지 시책을 마련해 제주해녀 보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해녀양성을 위한 전문학교 운영


제주지역에는 현재 두 개의 해녀학교가 개설돼 운영되고 있다.


먼저 2007년 9월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에 한수풀 해녀학교가 지정·개설됐다. 2008년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한수풀 해녀학교는 귀덕2리 어촌계 해녀들의 지도 아래 매년 5월부터 8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내용은 해녀도구 사용법과 잠수법, 호흡법, 수영법, 채취 중심의 해녀실습 등이다.


2012년부터는 학교시설 확충과 함께 해녀체험장을 개설하고 해녀일상 체험을 위한 해녀의 집 운영과 해녀음식 체험 등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해녀의 명맥을 이을 전문 해녀 양성보다는 기본기 습득과 경험 축적 등 해녀 체험에 치우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15년에 해녀들을 보다 전문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서귀포시 법환동에 법환해녀학교가 개설됐다. 법환해녀학교는 지역의 해녀를 직접 교사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교사 양성반을 비롯해 해녀양성반, 해녀문화 해설사반, 해녀문화 체험반 등 4개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의 수강생은 2개월 동안 잠수기법과 수산물 채취·건조방법 등 전문적인 해녀 실무교육을 받는다.


또 법환해녀학교는 수료자를 대상으로 해녀 실습과정을 운영하며 적극적으로 전문 해녀를 양성하고 있다. 수료자들은 신입 회원을 필요로 하는 어촌계에서 6개월간 총 48시간의 실습을 이수하게 된다. 지난해 7월 배출된 첫 졸업생 28명 중 11명이 서귀포시 지역 마을 어촌계 7곳에 배정돼 실습을 이수했다. 물질 실습과 해녀공동체문화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실습 과정에 참가한 수료생들은 어촌계 준회원 가입 후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정식계원 자격을 얻게 된다.


▲해녀 신규가입 절차 간소화


그간 제주지역 마을어촌계는 신입회원을 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가뜩이나 어족자원이 부족한데 회원마저 늘면 개인이 채취할 수 있는 해산물 양이 적어지고 이는 수입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주도는 어촌계 정관 개정을 해수부와 국회에 여러 차례 건의하며 어촌계 정관 제10조 3항의 단서조항인 ‘준계원의 경우에는 마을어업의 어장에 입어할 수 없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이에 따라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해녀 가입을 바라는 신규 해녀에 한해 어촌계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다.


또한 귀어·귀촌 다문화 해녀 희망자에 대해 어촌계 가입 지원 제도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규정 이외의 방법으로 신규가입 희망자를 해당 어촌계별 예비해녀로 등록하도록 해 일정 기간의 물질연습을 포함한 어촌계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신규 어촌계원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어촌계 신규 가입비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원 대상은 어촌계 신규가입 희망자로 어촌계와 해녀회의 승인을 받고 전업으로 나잠어업에 종사할 60세 미만의 해녀다. 1인당 50만원의 가입비가 지원된다.


이에 따라 2010년 이후 매년 13명 이상의 신규 해녀가 가입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29명이 가입했다.

 

   
 

▲장혜숙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어촌계 막내해녀


60대부터 80대까지 해녀가 주를 이루는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어촌계에 단연 눈에 띄는 앳된 얼굴 하나가 있다. 대평리 어촌계 막내해녀 장혜숙씨(39)다.


경기도 남양주시 출신인 장 씨는 지난해 7월 법환해녀학교에서 해녀 전문 양성과정을 수료한 첫 졸업생이다. 6개월의 인턴생활을 거쳐 올해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어촌계 막내해녀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0년 간 직장생활을 하다 제주로 이주한 장 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늘 농담 반 진담 반으로 40대가 되면 해녀로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며 “바다가 좋았고 그 바다에서 해녀가 미역 등을 짊어지고 나오는 모습이 나에겐 동경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이렇게나 빨리 해녀가 될 줄은 몰랐다.


장 씨는 “해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지금 육지에 살고 있는 남편도 동의했다”며 “하지만 당장 해녀가 될 생각은 아니었기 때문에 한수풀해녀학교를 다니며 기본적인 물질 방법 등을 배우려고 했었다. 하지만 높은 경쟁률 탓에 한수풀해녀학교엔 입학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수풀해녀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아쉬움도 잠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알고 지내던 지인의 소개로 법환해녀학교가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그녀는 다시 한 번 해녀의 꿈을 향해 출사표를 던졌다.


장 씨는 “그때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내려와서 일주일에 한번 씩 해녀양성반 수업을 들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결국 내가 해녀가 될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물질이 녹록치만은 않았다. 잠수복 입기부터 숨 참기는 물론 채취한 해산물을 짊어지고 나오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었다. 학교를 다니며 마냥 멋있게만 보였던 해녀의 삶에 슬픔과 고단함 녹아있음을 비로소 알게 됐다.


그래도 그녀에게 포기란 없었다. 2개월간의 집중 교육이 끝난 후에는 정식 계원이 되기 위해 대평리에서 인턴 해녀로 6개월 동안 실습을 받았다.


장 씨는 “너무나도 바랐던 대평리에서의 실습이었다. 대평리 정식해녀가 되고 싶어 두드린 어촌계였지만 좋은 직업 버리고 고되고 박한 일을 왜하려고 하냐며 꾸지람 섞인 질문도 많이 들었다”며 “특히 인턴 해녀 때 물질을 계속할거냐는 얘기를 많이 물어보셨다. 육지 출신신입 회원이라 걱정을 많이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그녀는 자신을 향한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대평리 막내해녀로서 참을 수 있는 숨만큼 가져오는 미덕을 쌓고 있으며 서로의 안전을 살펴주는 공동체 정신을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중군해녀로, 상군해녀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어서 빨리 우리 어촌계의 내 후배가 들어 왔으면 좋겠다”며 “해녀라는 직업이 힘들고 녹록치 않지만 선배들처럼 할머니가 돼서도 대평리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해녀의 명맥을 잇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