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전북 부안군-변산반도 ‘마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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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산과 바다는 벗이 된다

날이 갈수록 몸은 무거워진다. 춥고 우중충한 겨울날엔 더욱 그렇다. 두꺼운 이불 밑에 숨어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지는 나날, 억지로 일어나 일을 하려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겨울날, 복잡한 생각은 바람에 맡겨버리고 바닷가 마실길 한 바퀴 걸어보면 어떨까?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마실길에서 스트레스를 훌훌 날리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와 감성을 충전해보자.

 

▲ 부안군 변산면 에 위치한 격포해수욕장은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 매력과 함께 백사장 양 끝에 기묘한 바위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사진은 격포해수욕장을 거닐고 있는 가족 여행객 모습.

■ 산과 들·바다를 가로지르는 마실길

전북 부안은 산과 들, 바다의 매력이 어우러져 있는 고장이다. 그런 부안을 그대로 담고 있는 ‘마실길’은 변산반도 해안을 따라 한 바퀴 휘감아 뻗어있다. 걸어서 마실길을 여행하는 경우라면 변산해수욕장이나 송포항 인근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부안군청 김덕진 계장은 “마실길은 제2코스에서 출발해 제3코스를 지나 격포항에 이르는 길도 좋고, 격포에서 출발해 솔섬에 이르는 길(제4코스)도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총 길이는 약 18㎞가 된다. 바닷바람 맞으며 조금씩 걷기에 적절한 길이다.

‘노루목 상사화길’이라는 별칭이 달려 있는 제2코스는 부안군 변산면 송포갑문에서 출발, 고사포를 거쳐 성천마을에 이르는 약 6㎞의 코스다. 하지만 코스에 연연하지 않고 변산해수욕장 북쪽 끄트머리에 있는 ‘사랑의 낙조공원’ 팔각정에서 출발해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다.

변산해수욕장과 송포, 고사포를 지나면서, 해수욕장과 조그만 어항(漁港)을 번갈아 마주하게 된다. 각각의 해수욕장마다 모습이 제각각이어서, 지루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간혹 숨이 찰 만한 코스도 지난다. 이를테면, 사리(음력 1일·15일) 무렵에 바다가 갈라지고 길이 나타나는 하섬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제3코스)는 높은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다.

그대로 쭉 해변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적벽강’이라고 불리는 기암괴석 지형을 만날 수 있다. 마치 미래도시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기묘한 주상절리와 함께, 동글동글 잘 깎여나간 돌개구멍과 몽돌들이 널려 있다.

■ ‘종합선물세트’ 격포와 낙조 명소 솔섬

부안군 변산면 격포 지역은 그 자체로 완결된 ‘관광 종합선물세트’에 가깝다. 넓게 펼쳐진 해수욕장을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는데, 백사장 바로 양 끝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눈길을 끈다.

닭이봉 전망대를 넘어 격포항으로 가면 유람선을 탈 수도 있고, 혹은 낚싯배에 올라 시간을 낚아볼 수도 있다.

시외버스 터미널도 바로 인근에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겨울 나들이를 즐기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최적이다. 특히 아침에 변산해수욕장이나 송포 인근에서 출발한 도보 여행객이라면, 격포지역에 도착할 즈음 정확하게 점심 무렵이 된다. 이곳에서 싱싱한 겨울 설숭어회로 배를 채우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마실길 제4코스로 접어들어, 계속해서 궁항을 지나 상록해수욕장의 전경에 감탄하며 걷다 보면, 소나무 몇 그루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조그만 섬이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를 타고 전북학생해양수련원으로 들어가서도 볼 수 있는 섬의 이름은 솔섬이다. 해질녘이 특히 아름다운 섬으로, 구름 한 점 없이 좋은 날이면 소나무 가지와 태양이 절묘하게 어울려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문 것과도 같은 장면을 볼 수 있다.

 

▲ 능가산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내소사 전나무숲.

■ 디테일에 숨은 매력 내소사

솔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남동쪽으로 모항과 곰소를 지나 달리다 보면, 왕포 인근에서 삼거리를 만나게 된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내륙 방향으로 잠시 움직이면, 고찰 내소사에 닿을 수 있다. 633년(백제 무왕 34년)에 창건된 내소사는 능가산(또는 관음봉)이라고 불리는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절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일주문부터 천왕문 앞 다리까지 쭉 이어지는 전나무 숲이 특히 인상적이다. 눈 내린 겨울날에는 바닥에 깔린 흰 눈과 수직으로 뻗은 목질, 그리고 상층부를 장식하는 푸른 잎새, 그리고 그 길을 거니는 사람들까지, 무엇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다.

내소사는 규모로 보면 큰 절은 아니다. 천왕문을 넘고 봉래루를 지나면 대웅보전이 코앞이다. 웅장한 멋보다는 소소한 디테일이 아름답다. 이를테면 대웅보전의 문에 붙어있는 꽃 모양 조각은 수수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멋이 느껴진다. 울긋불긋한 단청 빛깔도 보이지 않는다. 나무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내소사 안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산하는 것은 바로 수령이 천 년에 이른다고 소개된 느티나무다.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양 손이 가슴 앞으로 모아질 듯한 위엄이 드러난다.

전북일보=권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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