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전북 전주시-예향의 고장 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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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게 솟은 지붕, 매끈한 여체(女體)를 연상시키는 처마선, 투박한 돌담과 흙담. 그리고 온돌방과 한지문, 대청마루, 장독대와 아궁이….

먼 시대를 거슬러 조선시대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다. 바로 한옥이다.

아파트나 빌라·단독주택이 주된 주거형태로 자리 잡은 이 시대에는 흔치 않은 모습이다. 이런 현실에서 고샅길(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둔 기와집은 색다른 정취로 다가온다. 길을 지나던 행인의 눈길을 한번쯤은 사로잡기 충분하다.

전주 한옥마을이 바로 이런 곳이다. 한국의 옛 가옥들이 도시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생활공간으로 활용된다. 한국 고유의 멋이 느껴진다. 요새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국의 문화를 즐기고 전통의 진수를 만끽하기 위해 발걸음을 하자. 엄동설한의 계절 겨울이 다가오고 지금, 뜨끈뜨끈한 한옥 구들방에서 하룻밤 묵다 보면 몸과 마음에 쌓인 걱정거리가 말끔히 지워질 것이다.

걷는 맛과 체험의 즐거움이 있는 한옥마을에는 현재 700여 채의 전통가옥이 모여 있다. 전주시 풍남동과 교동마을에 위치한 한옥마을은 굽이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도 한나절이면 둘러볼 수 있다.

한옥마을은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한옥마을 입구 태조로에는 드라마 ‘용의 눈물’ 촬영지인 경기전(사적 제339호)이 있다. 정종이 태종(이방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장면을 촬영했던 곳이다. 경기전은 태조 이성계의 영정이 있는 곳으로, 경내에는 전주이씨 시조와 시조비의 위패가 모셔진 조경묘가 있으며 전주사고(조선왕조실록보관소)와 예종대왕 태실비가 있다. 또 당대에 그려진 왕의 초상화, 태조어진(국보 317호)이 있다. 경기전 건너편에는 영화 ‘약속’을 찍은 전동성당이 있다. 배우 전도연과 박신양이 결혼식을 하러 들어가는 장면이 촬영됐다. 전동성당은 아름답고 웅장한 서양 근대건축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즐비하다.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공예품전시관, 전통술박물관 전통문화관, 한옥생활체험관 등이 펼쳐져 있다. 목공예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 앞마당에선 투호놀이, 널뛰기 등을 즐길 수 있다.

르윈호텔 뒤 전통술박물관은 겉모습부터 독특하다. 고풍스런 한옥의 마당엔 항아리가 그득하다. 시설내부에는 ‘계영원’과 ‘양화당’이 있다. 계영원은 ‘잔이 넘치는 것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박물관의 전시공간이자 상품관이다. 전국에 산재한 전통주 명인들의 전통 술들을 전시, 판매한다. 계영원 옆에 있는 양화당은 입구부터 술 익는 냄새가 진동한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취하는 것 같다. 술을 빚는데 쓰이는 도구와 발효실, 숙성실이 따로 마련돼 있어 제조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한옥생활체험관은 조선의 양반집을 연상케 한다.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니은’ 자 모양의 사랑채와 안채가 나온다. 세화관 선비방에는 붓과 벼루, 한지가 비치돼 있어 옛 선비들이 즐겼던 시서화(詩書畵)를 경험할 수 있다. 안채에서는 단체로 온 투숙객이나 학생들에게 예절교육, 다도(茶道)등을 가르쳐준다. 다경루에서는 거문고, 가야금, 아쟁, 장구 등의 전통악기 공연과 선(禪)과 다례(茶禮)를 배울수도 있다. 마당에서는 윷놀이나 투호를 즐길 수도 있다.

한옥마을 동쪽 끝 언덕에는 이성계가 고려 말 왜구를 토벌하고 돌아가며 잔치를 열었던 오목대가 있다. 한옥마을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주변경치가 일품이다. 한옥마을과 연계돼 전주의 관광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주 풍남문(보물 제308호)은 조선후기 문루 건축양식을 가장 잘 보존한 문화재로 꼽힌다. 이 밖에 한옥마을 구석구석 둘러보면 전통한지로 만든 부채박물관을 비롯, 국내 유일 모자 전문 박물관인 루이엘 모자박물관, 세계 희귀 카메라를 모은 여명카메라 박물관을 찾을 수 있다.

▲전통의 정취 느낄 수 있는 숙박 업소---사랑채서 하룻밤…5첩 반상은 보너스

전주 한옥마을은 해가 갈수록 체류형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관광객?증가에는 숙박업소들이 한몫했다.

한옥생활체험관은 전통문화체험의 기회뿐만 아니라 숙박의 편의도 제공한다. 하룻밤 묵는데 2인 1실 기준으로 6만~12만원, 숙박 요금에 아침식사(5첩 밥상)가 포함된다. 대청마루에서 먹는 아침밥은 그 옛날 고향집을 떠올리게 한다. 유기그릇에 담아 내온 구수한 찌개와 반찬 맛은 잃었던 식욕을 되찾게 해준다.

전주 향교의 부속 건물로 서당 공부를 마친 청소년들이 시험공부를 하던 양사재(養士齋)도 숙박을 제공한다. 방 6개에 최대 24명이 묶을 수 있다. 2인 1실 기준으로 식사를 포함해 가격은 6~10만원 선이다.

맘 편히 묵을 수 있는 민박형 한옥도 여러채 있다. 넓은 마당에 사랑채와 안채, 행랑채를 갖춘 동락원.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 씨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황실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옥체험관이다. 장작불을 땐 온돌방에 머물며 전통 궁중 한식과 궁중 다례 등 전통황실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객실요금은 2인 1실 기준으로 동락원은 7만~13만원, 승광재는 5~7만원선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역사---을사조약 이후 日에 대한 반발로 형성

을사조약(1905년) 이후 일본인들이 대거 전주 다가동으로 들어오면서 한국인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1907년 양곡수송을 위해 전군가도(全郡街道)가 개설되고 전주부성이 허물어지자 성의 서문 밖 천민 거주 지역에 모여 살던 일본인들이 성 안으로 들어와 상권을 형성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이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은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교동, 풍남동의 한옥촌은 일본식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는 서구양식의 선교사촌과 학교, 교회당 등와 어울려 기묘한 도시색을 연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한옥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을 거치면서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조와, 담, 대문 등이 많이 달라졌다. 정부는 1977년 이 일대를 ‘한옥보존지구’로 지정, 기와집 이외 다른 건물을 못 짓게 했다.

까다로운 규제 때문에 주민들의 불편이 따르기도 했지만, 전통가옥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전주시민들의 의지로 명맥을 유지해올 수 있었다. 몇몇 한옥은 300년 세월동안 본래의 번듯한 모습으로 남았다. 옛 것의 가치를 새삼 되돌아보게 해준다. 한옥마을에는 주민들이 그대로 살고 있다.

전북일보=김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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