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하나하나에 제주 수호 염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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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방어유적을 찾아서...침략에 맞선 역사
   
▲ 제주시가 2005년 시 승격 50주년을 기념해 재현한 제주목사 부임 행차 모습

한반도와 중국, 일본의 한 가운데에 있는 지정학적 조건은 제주가 동북아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4면의 바다로 둘러싸이면서 과거에는 잦은 침략을 받았다. 그래서 제주의 역사는 ‘방어의 역사’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본지는 신년 기획으로 제주의 방어유적을 재조명하고 역사·문화·관광 자원화 방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왕이 지방관을 파견하는 군현제도가 실시됐던 고려시대부터 제주에 본격적으로 성이 축조되기 시작했다.
고려사절요에 따르면 삼별초가 전남 진도에 입성하면서 제주를 넘보게 됐다.

고려 조정은 1270년 영암부사 김수에게 군사 200명을 주고 제주를 방어토록 했다. 이어 고여림 장군은 군사 70명을 대동해 제주에 들어왔다.

이에 맞서 삼별초는 이문경 장군을 보냈고, 이들은 한림 명월포로 상륙했다. 이 때 관군은 동제원(東濟院·현 제주시 화북동)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문경은 제주성에 이르러 성주 고인단에게 성문을 열어 통과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고인단이 거절하며 성문을 굳게 닫으면서 이문경의 삼별초군은 성을 우회해 동제원에 이르렀다. 이를 볼 때 고려시대에 이미 견고한 성곽이 존재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를 사수하기 위해 해안 요새에 구축된 환해장성은 아이러니하게도 국토 수호를 위해 대몽 항전을 벌였던 삼별초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쌓기 시작했다.

고려사에 따르면 제주는 송나라 상인들과 왜인들이 수시로 왕래하는 곳이므로 방호별감(防護別監)을 파견해 비상사태에 대처하도록 했다.

제주는 송과 일본의 해상 교통로 한 가운데에 위치해 두 나라를 오가는 선박들의 중간 기항지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태풍을 만난 선박들의 표착지로 이용됐다.

중국 상선과 왜구가 빈번하게 제주를 찾으면서 고려는 1260년(원종 1년) 제주부사 나득황을 방호사로 겸직하도록 했다. 해적이나 다름없던 왜구는 살인과 방화, 약탈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고려 후기인 14세기부터 빈번하게 왜구가 출몰했다.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는 시기에 왜구들의 제주 침범 기록을 통계로 보면 1316년(충숙왕 3)에서 1556년(명종 11)에 이르는 240년 동안 30회에 달하고 있다.

조선은 왜구의 약탈로부터 백성과 영토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책을 마련했다. 조선시대 방어유적은 3읍성, 9진, 38연대, 25봉수를 갖췄다.

1416년(태종 16년)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의 삼읍(三邑) 제도를 시행하면서 읍성(邑城)이 축조 또는 재건됐다.

제주의 3읍성은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국방 역할 외에 행정·사법 기능을 수행했다. 제주성, 정의성, 대정성 등 3읍성은 당시 정치·행정·군사·문화의 중심지였다.

해안 곳곳에는 군대가 주둔한 9곳의 진(鎭)을 설치했다. 9개 진은 애월·명월·차귀·모슬·서귀·수산·별방·조천·화북진으로 물결이 잔잔하고 선박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해안 요새에 구축된 ‘포진(浦鎭)’이었다.

진은 판옥선 등 전선(戰船)이 노출되지 않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엄폐된 장소에 들어섰다. 진은 현대의 군대 편제로 보면 800명을 보유한 대대(大隊)급 군사 조직이다.

통신시설인 연대(煙臺)와 봉수(烽燧)는 횃불과 연기로 교신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으나 연대는 해안가 언덕에, 봉수는 고지가 높은 오름에 설치됐다.

조선시대에는 왜구를 막기 위해 해안선을 따라 3백리(120㎞)에 걸쳐 제주를 빙 둘러싸고 환해장성을 구축했다. 옛 문헌에 ‘탐라의 만리장성’으로 기록된 환해장성은 지금도 자취가 남아 있다.

현존하는 연대와 봉수는 1894년 근대적인 전신·전화 통신이 등장하면서 대부분 사라졌고, 남아 있는 것은 원형이 훼손됐다.

구한말 갑오개혁으로 봉수제도가 폐지돼 120년간 역사 속에 묻혔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조선의 이동통신’인 봉수를 재현해 관광 자원화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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