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갈등’…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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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도 한 해 동안의 살림살이를 짜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본예산 규모가 3조8190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4조원 규모를 넘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다음 달 11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해야 하고 도의회의 심사도 진행돼야 한다. 앞으로의 일정이 상당히 빠듯한 게 사실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제주도와 도의회의 예산 전쟁이 또 다시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난해 예산 편성과 심사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했고, 결국 사상 최대 규모인 1682억원이 삭감돼 내부 유보금으로 조정되는 파국을 맞았다. 168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제대로 쓸 곳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승자 없는 예산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갔다.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쏟아졌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조기 추경예산을 마련해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처리했다. 예산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제2회 추경예산안 편성과 심사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도의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양측의 고성이 오갔고, ‘몽니’니 ‘폭거’니 하는 날선 표현들이 도민들의 안방에 생중계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끝내 도의회는 112억원을 삭감해 증액 조정했고, 제주도는 증액된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 ‘부동의’ 했다. 2회 추경 당시는 다름 아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제주경제가 직격탄을 맞은 때였다. 제주도는 제2회 추경을 메르스 위기 극복을 위한 예산이라고 했고, 도의회도 메르스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춰 심사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공염불에 그쳤다.

제주도와 도의회의 예산 갈등으로 112억원에 달하는 귀중한 도민의 혈세가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한 푼도 쓰여지지 않는 결과가 초래됐다.

그러나 제주도와 도의회는 서로에게 잘못을 돌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벌이는 예산 갈등을 또 다시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산 협의를 위해 제주도와 도의회가 구성한 예산개혁협의체는 무용론이 확산되면서 출범한 지 한 달도 못 돼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최근 들어서는 예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으름장이 곳곳에서 들려오기도 한다.

도민들은 이러한 현실이 상당히 언짢을 수밖에 없다. 제주도의 예산은 도민이 낸 세금이고, 도민의 혈세다. 그런데 제주도와 도의회는 도민을 위해 써야할 혈세를 마치 자기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또 다시 예산 갈등으로 애꿎은 도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면 제주도와 도의회가 이번엔 어떤 명분으로 도민들에게 이해를 구할지 궁금하다. 도민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으로 이해를 구할 생각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도의원들의 예산이라고 해도 기준과 원칙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반영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입장이나 “제주도가 편성한 예산이 모두 올바를 수 없고, 지역 민원 해결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도의원들의 입장도 십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족한 듯싶다.

그러나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예산 갈등을 도민들은 더 용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선 6기 제주도정이 말하는 협치, 대화와 타협,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다. 제주도를 이끌어가는 두 축인 제주도와 도의회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합리적인 지혜를 발휘해 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강재병. 정치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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