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시장(市場)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 오일시장이나 재래시장 중심이던 제주 시장판에 플리마켓(Flea Market)들이 새롭게 등장해 제주 서민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런데 이들 플리마켓은 생활용품이나 재활용품 등을 사고파는 벼룩시장과는 기능과 의미가 다르다.

 

예술가들이 만든 창작품이나 수공예품이 등장하는 아트마켓 성격이 가미돼 ‘자유로운 시장’이란 의미의 프리마켓(Free Market)에 보다 가깝다. 이게 끝이 아니다. 지역주민들이 가꾼 농산물까지 매대에 오르면서 플리마켓과 프리마켓이 결합된 ‘플프마켓’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 플리마켓의 등장은 제주 이민행렬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에만 1만명이 넘는 이주민들이 인생 제2막을 열기 위해 제주에 둥지를 튼 후 중고물품을 거래하거나 이들 중 예술가들이 핸드메이드 제품을 팔기 시작한 것이 주민들의 참여가 보태지면서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현재 도내 플리마켓은 아라올레 지꺼진장과 모흥골 호쏠장, 벨롱장, 멩글어폴장, 협재보름장, 담화헌 파르쉐 마켓 등을 비롯해 모두 30곳을 훌쩍 넘길 정도다.

 

플리마켓이 열리는 공간은 지역 공터 또는 문화·상업시설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정기적인 플리마켓들이 서는 주기는 ‘매달 한 차례’가 일반적이지만 매주 한 두 차례 열리는 것들도 있다. 비정기 플리마켓도 와흘리 프리마켓과 협재 코드목장 프리마켓, 평대리 게으른소나기 중고장터 등 7~8개에 이른다.

 

제주지역 플리마켓의 원조로는 서귀포 이중섭 문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서귀포예술시장이 꼽힌다. 아트마켓 성격이 뚜렷한 서귀포예술시장은 2008년 7월 시작된 후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들 플리마켓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물품 거래지만, 일부는 세월호 생존자 지원이나 곶자왈 보호, 6차 산업 부흥, 마을과 협력·상생 모색, 재능 기부 등 이색적인 목표를 띠고 있다.

 

이들 플리마켓의 차별적인 특징은 풍부한 스토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술품의 경우 탄생 과정과 작가의 창작 의도, 애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셀러(판매자)와 방문객 사이에 흐르고 중고물품은 구입 경로와 판매 이유, 사연 등이 오간다. 플리마켓만의 특별한 매력인 것이다.

 

플리마켓은 주민과 이주민, 관광객들이 소통하는 공간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실제로 장이 서는 동안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 수많은 교류가 이뤄지고 플리마켓을 매개로 모임이 탄생해 또 다른 활동의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예술 공연이 자연스레 열리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결코 딱딱하지 않은 이색적이고 낭만적인 공연이 장터에 울려퍼지며 흥과 멋을 돋운다.

 

요즘 들어 이들 플리마켓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 플리마켓 관계자는 “일부 마켓은 처음 생겼을 때 지역 주민들이 주차 문제와 소음 등으로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이젠 달라졌다. 마을 홍보와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까지 소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