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주의·권력투쟁' 고질적 병폐가 근본원인 지적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정치 역정 최대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며 '벼랑 끝'에 섰다.
2·8 전당대회 이후 한때 차기 대권 지지율 30%를 넘어서며 '1위 대선주자'로 도약했지만 4·29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불거진 당내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채 내리막길에 들어서며 스스로 국민과 당원을 상대로 재신임을 물어야 할 풍전등화 지경에 이르렀다.
문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로 분열된 당을 추스르기 위해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통합과 쇄신을 기치로 혁신위원회까지 출범시켰지만 당을 안정시키고 장악력을 회복하기는커녕 내분이 격화하면서 결과적으로 계파 간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특히 혁신안 처리문제를 놓고 비주류, 반문(반문재인) 세력의 거센 공격에 시달리자 대표직을 건 재신임 카드를 극약처방으로 던졌지만 반문 진영이 '조기 전당대회'를 들고 나오는 등 국면은 더욱 꼬이기만 하고 있다.
더욱이 오영식·유승희 최고위원이 분열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세워 재신임 투표 연기 또는 보류를 요청하는 등 반전의 카드라고 여겼던 재신임 투표조차 지도부 내 의견이 엇갈렸다.
문 대표는 이견에도 불구하고 재신임 투표 강행이라는 결심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논란은 당내 상황을 바라보는 문 대표의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상당수 인사들이 문 대표의 리더십을 우려하면서 내년 총선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목소리를 냈음에도 문 대표는 이를 비주류 소수의 '지도부 흔들기'로 규정해 인식차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문 대표 체제에 극력 저항하는 소수 비주류 외에도 중립지대 의원들조차 공동선대위 등 당의 일신과 통합을 위한 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문 대표가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보긴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서 당내 현안에 가능하면 입을 닫았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문 대표 비판의 최전선에 선 것은 물론, 범친노이자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던 정세균 상임고문까지 지도자급 인사가 모두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통해 문 대표의 거취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식으로 돌아섰다.
수차례 도마 위에 오른 소통 부재, 비선 논란도 반복됐다. 문 대표는 4·29 재보선 참패 이후 지도부와 조율없이 대국민 사과, 호남 방문 카드를 던지는 바람에 지도부 내에서조차 불협화음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번에도 자신은 물론 최고위원들의 거취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재신임 투표를 제안하면서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최고위원들로부터 재신임 카드 보류 요구라는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리더십 위기는 새정치연합의 고질적 병폐인 계파주의, 분파주의가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2004년 노무현 정부의 열린우리당 출범 이후 제 임기를 마친 당 대표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보니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비정상적 구조가 당의 일상화된 모습으로 자리잡을 만큼 허약한 체질과 지리멸렬함을 여실히 드러내왔다.
친노 대 비노, 주류 대 비주류 등 당내 구성원들이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치보다는 계파 이익을 우선하고 비타협적인 노선을 걸으면서 틈만 생기면 지도부를 흔드는 권력투쟁에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아무리 강력한 지도자가 대표를 맡더라도 현재 야당에서는 배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권력투쟁이 정치의 속성이지만 새정치연합은 너무 적나라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주류와 비주류가 같이 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표로선 사면초가에 몰려 재신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면서도 "둘 중 하나가 나가야 할 것 같은 지금 국면에서는 분당, 신당으로의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