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부는 것 같지만 바람에도 길은 있듯이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기류도 크게 혹은 작게 존재하면서 보일듯 보이지 않는 맥을 따라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한 시대의 역사로 기억된다.

 

그 크고 작은 문화 기류의 중심에 박은석(44·대중음악평론가)이 있다. 그는 국내·외에서 박·은·석 세 음절만으로도 내로라하는 대중음악평론가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비롯한 음악전문방송 MNET ‘레전드 100-아티스트’의 선정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2014년 제41회 한국방송대상 문화예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오지 또는 외딴섬이 아닌 제주에서는 왠지 새로운 문화적 시도가 먹힐 것 같다고 판단한 그는 4년 전부터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음악을 난장할 수 있는 공간을 조금씩 완성해 갔다.

 

그러던 그가 드디어 2014년 제주시청 인근에 ‘겟 스페이스(GET SPACE)’ 공연장을 문 열고 지금은 낯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배게 되는 ‘또 다른 문화’를 두드려 알리고 있다.

 

이곳 겟 스페이스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 솔로부터 밴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이 출연해 그들만의 색깔로 꾸민 개성 넘치는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뭍에서 더 유명한 그가 유독 시장 규모도 작은 제주에서 아직은 생소한 문화적 아이템들을 툭툭 내던지는 이유는 뭘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금전적 이익만 생각한다면 제주에서의 공연 기획은 어찌 보면 망하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가지 않는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문화의 변화는 있을 수 없다”고 단언하는 그는 “자주 접하고 경험하다 보면 제주도 홍대만큼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한 ‘문화의 성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어필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7월, 1장의 티켓 구매로 5곳의 클럽에서 20여 그룹의 공연을 선택·관람할 수 있는 작고 알찬 타운형 페스티벌인 ‘시티비트’를 시도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 축제는 메르스의 영향으로 타 지역의 관람객이 거의 참석하지 못했는데도 도민·외국인을 비롯한 700여 명의 팬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며 “제주도 관객은 뜨뜻미지근하고 리액션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 준 계기가 되기도 했다”며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낯선 문화를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흡수하고 있는 제주 사람들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타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제주의 밤 문화에 대한 아쉬움도 과감하게 지적했다.

 

“제주하면 관광을 떼어놓을 수 없는데 요즘 화두는 야간 관광이다”고 입을 뗀 그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을 맺는 문화(?)를 무조건 탓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층의 개별관광객이 늘고 있는 만큼 그들을 사로잡을 만한 다양한 밤 공연을 마련해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개발하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빼어난 자연환경만 놓고 본다면 제주는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낙원인건 분명하지만 그에 비해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문화적 내용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며 “자연과 문화의 불균형을 좁혀 가는 것도 새로운 기류를 형성해 가고 있는 우리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이전보다 나아지는 게 하나라도 있다면 그것은 성공에 한 발 앞서 나가는 것이라고 믿는 그가 사람들의 문화적 오감을 간질이기 위해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준비하는 게 있다.

 

1주일마다 한 번의 공연을 상설화 해 로컬그룹들도 인지도를 높여 나가도록 하는 것과 오는 11월 공개될 시티비트는 단지 음악만이 아닌 플리마켓과 거리공연을 접목해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자신의 입을 통해 음악을 문화를 대중에게 이해시키는 평론가, 홍대에서나 즐길법한 지하공연을 과감히 시도하고 있는 기획자, 박은석. 그가 그리는 그림대로 땅 아래에서 울리는 밤의 문화가 관광과 어우러져 새로운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