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가슴과 속 깊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푸른 제주바다. 그 바다 위에 자신들의 미래를 그리는 문화인들이, 예술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홍대 주변으로 형성돼 있던 문화의 중심이 서서히 제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방승철(44·싱어송라이터)이 있다. 그는 가수이자 작곡가로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그가 남은 인생의 주 활동무대로 제주를 선택했다. 이유는 뭘까.

 

“6년 전 여행길에 만난 제주의 첫인상이 가슴 속에 깊이 각인돼 결국 2013년 겨울 끝자락 제주에 정착하게 됐다”는 그는 “도시생활에 치이며 사는 현대인들에게 제주는 생동감이 넘치고, 더디게 흐르는 듯하지만 삶의 여유를 터득하게 해주는 낙원 같은 곳”이라며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사실 그는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에 정착하기 전부터 ‘시골 기타 선생님’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2012년과 2013년 2회에 걸쳐 함덕에서 개최된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에 참여한 그를 눈여겨 본 주민이 먼저 연락해 온 것이 인연이 돼 마을에서 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하나, 둘 그를 거쳐 간 나이 쫌 되는 학생(?)들에 의해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 비행기를 타고 와야 했지만 열정을 갖고 배우려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 자신을 또 다른 관점에서 성장시켰다”는 그는 “뜨내기처럼 보던 사람들과 기타를 매개로 친화하는 계기가 돼서인지 난 지금도 ‘시골 기타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너무 맘에 들다”며 평온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제주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얼마 전, 자신과 배우자를 반반씩 닮은 2세도 얻은 그.
‘시골 기타 선생님’이라는 정겨움, 제주가 주는 평화로움은 그를 탄탄대로를 뒤로하고 남들이 가지 않는 가시밭길을 개척하는 선두에 서게 했다.

 

지난해 처음 열렸던 제주평화축제. 이 축제를 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방씨다.

 

제주평화축제는 한국을 포함한 대만·일본 등 아시아의 예술가들이 일정기간 동안 한 마을을 임시로 만들어 공연을 펼치기도 하고 토론을 벌인다. 또 자신들의 재주를 공유하는 다양한 체험거리를 내놓기도 한다. 한마디로 문화를 노래하고 지식을 교류하며 마음의 평화를 공유하는 잔치의 장이다.

 

그가 말하는 평화축제는 신념이나 이데올로기적인 평화보다는 ‘힐링(Healing)’에 가깝다. 제주에 사는 재주 많은 이들이 넘치는 끼를 발산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고, 보는 이들 역시 함께 즐기면서 그 평화를 함께 느끼는 것.

 

그는 지난해에 이어 다음 달 29일부터 엿새 동안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에서 제주평화축제를 이끈다.

 

특히 올해 축제는 지난해 참가한 아티스트들의 성원에 힘입어 일정이 3일 더 늘었다고 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가수를 초청해 놓은 주최 측이 주인이 되는 축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언제 들러도 질리거나 지루하지 않는, 몇 십 년 또는 몇 백 년 동안 길이 남을 수 있는 축제의 초석을 다지는 데 온힘을 집중하겠다”며  블로그(http://blog.naver.com/jeju_peace)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참가자 및 마르쉐(골목에 들어선 작은 장터)모집 내용 홍보도 당부했다. 그는 제주평화축제와 함께 제주에서 또 다른 꿈의 완성도를 높여나갈 작정이다.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 선 그 순간부터 그의 목표는 동요를 만드는 일이었다. 제주에서 그를 든든히 지원해 주는 가족과 함께 인생의 제2막을 한창 써 내려가고 있는 그는 그의 아이와, 아이들이 친구들이 흥얼거릴 동요 작업의 완성을 위해 바쁜 지금도 틈틈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휑한 바다에서 몇날 며칠을 수영만 하며 ‘제주의 시계’를 제대로 읽은 서울 출신의 가수, 음악으로 민심을 사로잡은 ‘기타쟁이’, 원하는 목표를 얻기 위해 눈앞에 놓인 어려움쯤은 기꺼이 받아들일 줄 아는 진정한 예술인, 제주에서 그 누구도 선뜻 가려하지 않는 길을 당당히 걷고 있는 개척인, 방승철.

 

그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축제가 이름을 날리는 날,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제주가 ‘문화 도시’라는 또 다른 타이틀을 얻게 될 것이다. 그 날이 멀지 않았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