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섬 안에 새로운 나라가 건설되고 있다.

 

국호(國號)는 ‘탐나라공화국(TAMNARA REPUBLIC OF KOREA)’이고 영토는 9만9497㎡ 규모로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81-8·9번지 일대에 자리하고 있다.

 

이 나라의 설계자는 강우현 제주남이섬㈜ 대표(62). 2014년 기준 방문객 300만명에 매출 300억원에 달하는 남이섬(나미나라공화국)의 신화를 일군 바로 그 사람이다.

 

직업은 시각·광고디자이너와 그림동화 작가, 서예가, 최고경영자(CEO) 등으로 여기에는 ‘상상’, ‘역발상’이란 수식어가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강 대표는 2001년 남이섬 대표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남이섬을 리디자인했다. 단돈 100원짜리 월급쟁이 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경치는 운치로, 소음은 리듬으로, 유원지는 관광지로”라고 노래하며 버려진 땅이나 다름없던 남이섬 구석구석에서 ‘상상의 망치’를 두드리며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폐병 등 온갖 쓰레기들이 그의 손길에 닿으면 작품으로 변했다.

 

그는 지난해 남이섬 대표직을 사임하고 제주로 향했다. 제2의 남이섬 프로젝트인 ‘탐나라공화국’ 건설을 위해서다. 원래 이곳은 2004년 제주여성테마파크로 개발사업 시행 승인을 받았지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다 사실상 방치돼 있던 것을 2012년 ㈜남이섬이 매입했다.

 

최근 그곳에서 만난 강 대표는 “박수 칠 때 남이섬을 떠난 뒤 지난해 2월부터 제주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시작했다”며 “가꾸고 살리고 소통하고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과연 돈키호테란 별명답게 통통 튀었고 기상천외·예측불허였다. “쓰레기는 쓸 애기, 즉 아기처럼 소중하게 다루면 가치를 발휘합니다.(하하) 세상에 잡초는 없어요. 우리가 이름을 모를 뿐이죠. 다만 ‘악풀’은 있어요. 다른 풀 위에 군림해 못 살게 구는 것들이죠.”

 

탐나라공화국은 강 대표의 즐거운 상상 실험을 통해 틀과 모양을 한창 갖추고 있다.

 

그는 연일 못 쓸 땅인 ‘빌레’(돌밭의 제주방언)에 땅을 파서 바위가 드러나면 날카로운 눈매로 바위 특유의 모양을 살리고 결을 다듬어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미 거대한 ‘용’이 출현했고 ‘인어 화석’도 등장했다. 땅 속에 있던 바위가 강 대표의 눈길과 손길에 의해 용두암 이상의 포스를 자아내는 한 마리의 용으로 변신했다.

 

해녀의 섬 제주는 먼 옛날 바다였고 그곳에 인어들이 살았다는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인어공주길’도 조성됐다.

 

그는 “인어와 온갖 물고기들의 화석을 바위에 새겨놨다”며 “길바닥에는 제주산 소라와 전복 껍데기들을 뿌려놔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인어공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 특유의 센스와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가 존경한다는 노자의 정신과 사상을 설파하는 노자예술관도 들어섰고 그랜드캐년과 나이아가라 폭포를 패러디한 ‘마그마캐년’과 ‘나이야~가라 폭포’도 생겼다.

 

돌멩이도 그의 상상 망치에 의해 작품이 됐다. 원래 갖고 있던 고유의 무늬에 선을 몇 개 그으면 밥그릇이 되고 섹시한 여성의 얼굴로 뚝딱 바뀌었다. 현무암에 강한 열을 가해 자기처럼 변형한 후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그는 “땅을 파고 나면 무조건 나무 심고 꽃씨부터 뿌린다”고 했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바이오 투어리즘을 지향한다는 강 대표의 철학에 따른 것이다. 이는 탐나라공화국의 헌법 제1조 격으로, 환경운동연합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그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인공 구조물은 소박하게 짓고 돌로 만든 작품도 불쑥 솟아나와 주변과 부조화를 이루는 일이 없도록 해야죠. 그게 아름다움의 기본입니다.” 이곳에는 절벽과 연못은 있되 난간은 없다.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엔 찔레꽃을 심어 방문객이 본능적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앞으로 탐나라공화국은 철저하게 방문객의 참여로 새롭게 꾸며지며 변화를 거듭할 전망이다. 벌써 강 대표와 인연을 맺어온 세계 각국의 유명 예술가들이 탐나라공화국 건설에 동참했다.

 

“예술가들은 작품을 만들어 세우고 방문객들은 꽃과 나무를 가져다 심는 겁니다. 지난 5월 ‘임시 개국(開國)’ 행사 때 세계 예술가들이 찾아와 작품을 남겼고 ‘인어공주길’에는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동화작가 로저 멜로의 동화가 그려져 있어요.”

 

제주의 가치를 묻자 그는 곧장 손가락으로 지면을 가리켰다. “바로 이 땅입니다. 발밑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풀 한 포기가 소중한 문화 자원입니다. 곧 사람의 가치와도 통하죠.”

 

탐나라공화국이 끝이 아니다. 강 대표는 또 다른 나라 건설을 꿈꾸고 있다. 앞으로 1년쯤 후 탐나라공화국을 완성하고 나면 경기도 수원에 상생공화국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그가 표현하길 ‘상상나라 삼국지’. 세 나라의 관광 품앗이를 통해 방문객들은 패스포트 한 개를 갖고 다른 곳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도록 운영된다. 탐나라공화국에서 생산되는 흑돼지를 세 나라에서 소비하는 방안도 강 대표의 머릿속 설계도에 이미 들어있다.

 

도대체 ‘상상나라 삼국지’는 어떤 곳일까.

 

“양산박(수호지에서 영웅호걸들이 모인 장소) 같은 공간입니다. 세계 아티스트, 창의적인 인간, 열정을 주체 못하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산하게 되죠. 그들이 창작한 결실은 ‘정신 관광’의 매개체입니다. 방문객은 저마다 자신을 재발견하고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물론 꽃씨 갖고 와서 나라를 가꿔야할 의무도 있고요.(하하하)”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