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제주에 정착한 조이 로시타노(사진 오른쪽)는 한국인 친구를 통해 접하게 된 신당(神堂)의 신비함에 매료, 카메라를 들었다. 신당100여 곳을 방문한 로시타노는 2013년에 다큐멘터리 ‘영혼: 제주의 신당 이야기’를 제작·발표했다.

제주지역 신당(神堂) 곳곳에선 약 4년 전부터 흥미로운 광경이 연출됐다. 제주도민이 아닌 벽안의 한 남성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신당을 자주 들락거린 것이다.

 

다분히 어색해 보일 수밖에 이 상황의 주인공은 조이 로시타노(37·Joey Rositano).

 

최근 만난 로시타노는 “신당은 제주 정체성의 뿌리”라고 규정했다.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 출신인 그는 약 9년 전 제주에 정착해 영어강사로 일해 왔다. 그러던 중 한국인 친구를 통해 신당을 접한 그의 발길은 틈만 나면 신당으로 향했다.

 

테네시주립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그답게 남다른 시선으로 신당을 탐방하고 관찰했다.

 

신당을 찾을 때마다 로시타노는 제사에 참여하고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 당의 내력을 꼼꼼히 체크했다. ‘제주 신당은 살아있는 샤머니즘의 현장이다.’ 그가 내린 결론이다.

 

제주에는 신당 400여 곳이 존재하는 가운데 로시타노는 이미 100여 곳을 방문했고 그 중에서도 제주시 조천읍 와흘본향당과 와산본향당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정말 신이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두 신당은 그야말로 ‘샤머니즘은 살아있다’란 사실을 보여줍니다. 인류학적인 가치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죠.”

 

신당을 찾을 때마다 그의 손에는 어김없이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로시타노는 신당 탐방의 결실을 모아 2013년 다큐멘터리 ‘영혼: 제주의 신당 이야기’를 제작·발표했고 최근에는 포토 북 발간을 앞두고 있다.

 

다큐멘터리에는 신당 4곳의 스토리가 담긴 가운데 마을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심방(무당)이 사라졌지만 주민들에 의해 당의 전통문화가 보존되는 사례들이 소개됐다.

 

포토 북의 경우 대략 20여 곳 신당의 모습이 실리고 지금까지 그가 촬영한 신당 사진 1만여 장 가운데 220여 장이 선별·수록될 예정이다.

 

로시타노는 “신당은 제주공동체 무속신앙의 발원지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심방의 상당수가 사라지고 신앙에 대한 믿음도 많이 무너졌다”며 “그럼에도 신당은 제주도민의 정신적 유전자(DNA)의 발원지이기 때문에 영원히 보호되고 계승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그는 다큐멘터리를 다듬고 손질해 내년쯤 해외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신당을 꾸준히 탐방하고 연구해 ‘신당 박사’가 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여기서 박사는 학위가 아니라 현장형 전문가를 말한다.

 

로시타노는 “1만7000여 신들의 고향인 제주 신당에 깃든 신화는 로마·그리스 신화에 버금갈 만큼 흥미로운 서사를 담고 있다. 예술적인 재구성의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개발 바람에 밀려 신당이 훼손되고 멸실되는 데 대해 그는 우려했고 경고도 곁들였다. “사람들이 신당의 가치를 모르거나 무시한 채 마구 파괴하고 있습니다. 신당이 사라지면 제주 특유의 색채와 제주 사람들의 고유의 빛깔도 희석되고 말 것입니다.”

 

 

   

신당 탐방 과정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도 있다. 2013년 제주시 오등동 죽성마을 수호신이 좌정한 설새밋당의 신목(神木)이 무참히 잘린 것이다. 신당의 건축물도 파손됐다.

 

당시 설새밋당 훼손 소식을 들은 로시타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설새밋당 되세우기 프로젝트’를 가동해 온·오프라인 친구들과 함께 신당 청소·복구에 앞장섰다.

 

그는 “신당은 제주 무속신앙의 발원지란 개념을 넘어 인류의 소중한 문화적인 자산이 아닐 수 없다”고 거듭 강조한 후 “제주가 있는 한 신당은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로시타노는 현대사회에서 무속신앙의 활성화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신당의 현실적인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신당 주변을 유럽 교회처럼 휴식처로 조성하면 괜찮을 겁니다. 웰빙·힐링 트렌트에 걸맞은 현대인의 정신적인 휴식공간으로 각광받을 테니까요.”

 

교육의 중요성도 나왔다. 이 대목에서 칠머리당영등굿의 사례도 언급됐다.

 

그는 “칠머리당영등굿이 중요무형문화재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후 많은 사람들이 영등신을 알게 되고 제주의 홍보 효과가 컸다”며 “젊은 사람들이 신당과 신화를 알고 무속을 접하게 되면 분명 애향심과 자존감도 분명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신당을 향한 로시타노의 애정은 명쾌하고 강렬했다. “신당은 도민들의 곁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풍요롭게 하고 제주에 문화 르네상스를 선물할 겁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