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교육부 방침에 이석문 교육감 취임 이전까지 매년 ‘소규모 학교 적정 규모 육성계획’을 수립해 소규모 학교에 대한 통·폐합 작업을 추진해 왔다.

소규모 학교를 대상으로 한 통·폐합 시책은 학생 수가 적으면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교육논리에 따른 것이다.

학생 수가 적으면 경쟁의식이 낮아 학업 성취도가 낮고 전담교사가 부족에 따른 다양한 예체능교육이 어렵다는 점 등을 꼽는 등 소규모 학교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재학생 60명 이하인 본교와 20명 이하인 분교장을 대상으로 3년 유예기간을 두고 통·폐합 연도를 조정할 때마다 해당 학교가 있는 마을에는 비상이 걸렸다.

주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학교가 사라질 경우 마을의 미래도 없다는 논리에서다.

도교육청은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본교에는 20억원, 분교장에는 10억원, 분교장으로 개편되는 학교에는 1억원을 지원하겠다며 학부모와 주민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소규모 학교가 있는 대부분 지역 주민들은 이같은 방침에 반발하며 학생 유치를 통한 학교 살리기에 팔을 걷었다.

빈 집 알선, 공동주택 사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주민 노력으로 운동장이 시끌벅적

재학생이 60명 이하인 도내 소규모 학교(분교장 제외)는 초등학교 26개교(제주시 10개교, 서귀포시 16개교), 중학교 7개교(제주시 5개교, 서귀포시 2개교) 등 총 33개교다.

소규모 학교 살리기의 대표적인 모범 사례는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소재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을 들 수 있다.

더럭분교장은 2011년 재학생 26명에서 올해 들어서는 76명(3월 기준)으로 4년 새 50명 늘었다.

도내 농촌지역에 있는 웬만한 본교보다 많은 규모다.

하가리 주민들이 마을 땅을 팔고 모금 활동을 통해 기금을 마련, 2011년에 이어 2014년 2회에 걸쳐 초등학생 자녀를 둔 외지인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공동주택을 조성한 게 큰 힘이 됐다.

애월읍 납읍리 소재 납읍초등학교 역시 과거 두 차례나 분교장 격하 대상 학교로 지정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1992년부터 3회에 걸쳐 공동주택 3동을 지으며 안정을 찾았다.

이 외에도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가 있는 마을마다 학생 유치를 위해 빈 집을 수리하거나 공동주택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마을은 빈 집 수리와 공동주택 조성을 통한 학생 유치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마을 땅과 재산이 없는 다수 마을은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촌지역 빈 집 대부분이 과거 새마을운동 당시 무허가로 지어진 것이 많아 지자체 예산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한시적인 특례를 적용해 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폐합에서 작은학교 살리기로

도교육청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시책은 2014년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이석문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 대한 지원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 교육감은 취임 이후 학교 통·폐합에서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제주형자율학교(다혼디배움학교)를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를 중심으로 지정, 프로그램 운영에 따른 예산 지원에 나서는 한편 농어촌학교 교원에 대한 근무 여건을 개선에 나섰다.

또 소규모 학교에 대한 시설 증축, 통학버스 운영비 지원, 현장체험학습 차량 우선 지원, 방과후 학교 운영비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했다.

최근에는 강시백 교육의원 강시백 교육의원(서귀포시 대정읍·안덕면·정방·중앙·천지·서홍·대륜·대천·중문·예래동)과 부공남 교육의원(제주시 구좌·조천읍·우도면·일도2·화북·삼양·봉개·아라동)이 공동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작은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행되면서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 근거도 마련됐다.

학생 수가 60명 이하 또는 6학급 이하인 초·중학교를 ‘작은학교’로 규정한 조례는 교육감에게 소규모 학교 학생들의 교육기회 균등과 학습권을 보장하고 적정 규모의 학교로 육성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책무를 부여했다.

조례는 또 소규모 학교에 대한 교육환경 개선, 방과후 학교 및 돌봄교실 운영, 통학을 위한 교통수단 제공, 특색있는 교육과정 개발, 학부모 및 지역사회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업 등을 위한 예산 지원 근거도 명시했다.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포상 추천, 국내·외 연수 기회 부여, 업무 경감 지원, 주거 편의 제공을 할 수 있는 우대 사항도 담았다.

부공남 교육의원은 “소규모 학교 살리기와 마을의 발전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음에도 도교육청은 그동안 농촌지역에 있는 소규모 학교 지원을 제도화하는 데 소홀했다”며 “지역 문화공동체의 중심에 있는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조례를 발의했다”고 말했다.<끝>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