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환 작가(사진 앞줄 오른쪽)는 바다 유목을 주워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아트를 비롯한 제주 환경·문화예술을 고민하기 위해 프로젝트 팀인 ‘바다쓰기’를 구성했다. 사진은 바다쓰기 팀원. 뒷줄 왼쪽부터 박찬영(기획)·이감사(홍보)·고용주씨(엔지니어링)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에 반사돼 더욱 반짝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즐길거리를 선사하는 이 바다, 제주섬의 대표적 상징물 중 하나다.


하지만 늘 자신을 내어 준 바다에 남겨지는 건 엄청난 양의 쓰레기뿐. 쓰레기는 못 쓰게 돼 버려지는 것들이어서 ‘말맛’ 자체만으로도 외면 받는 게 사실이다.


이런 쓰레기에 상상과 감성을 가미해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바다 위에 제주의 미래를 꿋꿋이 써 내려가고 있는 남자가 있다. 제주 정착 2년차인 김지환 작가(36·창작예술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만평(만화를 그려 인물·사회를 풍자적으로 비평)을 그리고 싶어 2005년 신문사에 입사했다. 그러나 대학시절 학교 신문사에서의 기자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게 되면서 그는 자그마치 8년이나 외도 아닌 외도를 했다.


그렇게 기자라는 직업으로 자리잡을 것만 같았던 그가 돌연 제주의 품으로 들어왔다.


“다큐멘터리나 사진, 책 등으로 접한 제주의 모습은 내게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는 그는 “여유로운 생활 속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고 싶어 제주에 왔지만 고작 3개월 만에 생각했던 것만큼 만만하지 않은 현실을 몸으로 체득하게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그 당시 인고의 시간들은 그동안 막연하게 짓눌려있던 창작에 대한 욕구를 터트려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커스티 엘손(kirsty elson, 영국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 유목(流木·driftwood)을 활용해 만든 작품 사진 한 장을 아내가 건네 준 순간, 그동안 꿈 꿔왔던 내 미래를 그리게 됐다”는 그. 그는 “평소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도 했지만 그 때부터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수집해 새로운 영역을 연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활용해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 영역은 정크아트(junk art, 재활용 소재로 제작하는 미술) 중에서도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 차원을 넘어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upgrade), 제품으로 재탄생(recycling)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는 작품 구상을 위해 해안가를, 중산간을 끝도 없이 걸으며 표류한 나무들을 줍기 시작했다. 주워 온 유목을 씻고 자르고, 다듬기를 반복한 후 그 위에 색을 입혔다. 그러고 나서 그 나무 하나 하나에 이야기가 있는 이름을 지어준다.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한낱 쓰레기에 불과했던 이 잡동사니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걸작(?)으로 다시 태어난다.


의외로 가족들의 호응에 힘을 얻은 그의 작품들은 집 근처에서 진행되는 플리마켓에까지 진출하게 됐고, 거기서도 눈에 띄는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작업하다 보면 취미생활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이런 작업들을 좀 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생각이 통하는 동갑내기들과 뜻을 모아 프로젝트 팀을 구성했다. ‘바다쓰기’가 그것이다.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재능을 모아 놓으면 굉장히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받아쓰기’ 공책을 보는 순간, 소리나는 대로 읽어보니 바다쓰기가 되더라. 바다의 나무들을 응용하는 나의 작업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팀명 탄생의 비화(?)를 털어놨다.


4명으로 구성된 바다쓰기에서 그는 주로 작품을 구상하고 만드는 작업을, 나머지 셋은 기획·홍보·엔지니어링 등을 분담하며 제주 바다를 고민하고 있다.


오는 7월 15일까지 성산읍 미오갤러리카페에서 작품 전시회도 열고 있는 그는 앞으로 꿈꾸는 ‘소박한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전시를 비롯해 가구·소품 판매, 환경교육, 융·복합 문화시설 건립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며 제주 속에 또 다른 ‘예술의 제주’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미 가치를 잃은 나무들에게 또 다른 존재 가치를 부여하며 새 생명을 만들어 가는 그가 아름다움으로 포장된 바다의 아픔을 쓰다듬으며 그려가고 있는 제주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