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청 삼다정 앞 쉼터에서는 일 년에 몇 번씩 무료한 점심시간을 깨울 부드러운 색소폰 선율이 울려 퍼진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음악이 흐르는 곳에 삼삼오오 발걸음을 멈추고 기꺼이 한낮에 열린 작은 음악회의 관객이 된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색소폰 연주의 주인공은 제주도청 색소폰 연주 동호회인 ‘섬마루 색소폰 앙상블’이다.

 

섬마루는 제주도청에 근무하고 있는 공직자들이 참여하는 색소폰 연주 동호회다. 음악을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경직된 공직사회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2010년 8월에 시작됐다.

‘섬마루’는 제주의 특징인 섬과 모두가 도란도란 모이는 공간인 마루의 의미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다.

 

처음부터 이들이 색소폰의 감미로운 선율을 낼 수 있던 것은 아니다. 동호회를 처음 시작했을 때 색소폰을 연주할 수 있던 회원은 한 명뿐이었다. 나머지 회원들은 색소폰을 배우고 싶은 열정 하나로 동호회를 찾았다. 악보도 볼 줄 몰랐던 회원들은 입술이 부르트고 손가락이 마비 될 정도로 땀과 열정을 쏟은 결과 4개월 만에 첫 공연인 어울림음악회를 열 수 있었다. 섬마루는 이 음악회를 시발점으로 매년 회원들을 모집해 현재는 45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고 매주 화요일 저녁에 모여 연습한다.

 

회원들은 동호회를 시작하고 생활에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며 입을 모은다. 그전에는 업무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술을 마시는 날이 많았지만 동호회를 시작하고 나서는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도청 연습실을 찾아 색소폰 연주를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또 취미로 악기 하나쯤 연주 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생겼다.

 

강성수 총무는 “처음엔 ‘아빠가 색소폰 연주를 한다고?’ 말하며 놀랐던 가족들도 이제는 연주하는 내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워한다”며 “공연하는 날이면 그 날 연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다. 색소폰 연주는 이들의 가슴 속 깊이 숨어있던 열정을 깨우고 지나가 버린 줄만 알았던 청춘의 시간을 되돌려 줬다. 회원들은 송년 음악회 연주를 위해 자정까지 연습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도 보다 완벽한 공연을 하고 싶은 욕심에 다시 연습실로 돌아가 새벽 3~4시가 넘도록 연습을 했다. 또 창립 연주회를 준비하면서는 공연 연습을 위해 다 같이 1박 2일로 수련회를 가기도 했다.

 

앞으로 산마루 회원들은 야외에서 하는 즉흥연주회를 더욱 자주 마련할 계획이다. 또 2년에 한 번씩이라도 정기적으로 연주회를 열수 있도록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강 총무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갈고 닦은 실력과 십시일반 모인 회비로 구입한 음향장비를 가지고 사회 시설 등에 방문해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며 “비록 시설 섭외가 잘 되지 않아 쉽지는 않겠지만 작은 장소에서라도 기꺼이 공연하겠다”고 작은 바람을 전했다.

백나용 수습기자 nayong@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