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km를 이어간 대장정을 기억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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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4일 실시된 제6회 전국지방선거에서 제37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로 당선된 원희룡 지사. 당선인 신분으로 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마을 심부름꾼 투어’였다.

 

그는 선거 다음 날인 5일부터 25일까지 20여 일 동안 2076㎞ 이동하며 182개 마을을 찾았다. 선거 기간 첫 번째 마을 투어에서 1800㎞를 달려 170개 마을을 방문했으니, 두 차례에 걸쳐 4000㎞ 이르는 대장정을 이어간 셈이다.

 

목적은 간단했다. 주민들, 도민들의 이야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다.

 

그는 도지사 취임사에서 “저는 위대한 도민과 협력해 정책을 결정하는 협치 도지사가 되겠습니다. 현장의 농어민, 시민 사회단체, 분야별 전문가 등이 함께 논의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정치, 즉 협치를 실천하겠습니다”라며 ‘도민 협치 시대’를 약속했다.

 

그가 제주도지사로 취임한 지 어느덧 1년이 다됐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도민들의 기억 속에는 ‘소통·협치’보다 ‘불통·갈등’이라는 단어가 더 깊이 남아 있는 듯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도민 사회는 제주도와 도의회가 불러온 예산 갈등으로 인상을 찌푸려야 했고, 그 여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정이 내놓는 정책마다 ‘불통’, ‘일방통행’ 문제가 불거져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월 제주시 도남동 연북로 인근에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제주도는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정부에 사업지구 지정을 응모했다.

 

해당 토지주는 곧바로 반발했다. 자신들의 토지가 사업지구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고,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우려해 토지주들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제주도의 입장이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토지주들의 더 분노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부작용을 우려해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면 이후에라도 토지주를 만나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해야 하지만 제주도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 지사는 지난달 14일 ‘고품질 감귤 안정생산 구조혁신 방침’을 발표했다. 상품 규격 외 비상품 감귤 가공용 수매 중단, 감귤원 정비명령제 등 파급력이 상당한 내용들이다.

 

농민들은 “감귤산업을 혁신한다는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행정 개혁은 없고 농민들의 책임과 개혁만을 요구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농민들의 더 크게 반발하는 이유는 자신들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정의 핵심 기치인 ‘소통과 협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달 22일 또다시 대형 프로젝트가 갑자기 발표된다. 2조4800억원이 투입되는 탑동 앞바다 ‘제주신항’ 건설 계획이다. 역시 소통 부재라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원 지사는 “나름 상당한 의견 수렴과 내부 검토를 거쳤다”, “국가 계획에 반영하기 위해 서둘렀다”, “앞으로 얼마든지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할 수 있다”며 섭섭함과 억울한 심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주도정이 일하는 방식에 대해 ‘선(先) 정책 발표, 후(後) 의견 수렴’이라는 지적이 많다. “도민과 협력해 정책을 결정하는 협치 도지사가 되겠다”라는 약속과는 거리가 먼 듯 싶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도민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 정책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1년전 4000㎞ 달렸던 그 의지와 “다른 정치로 도민 협치시대를 열겠다”는 취임 일성을 다시 한 번 기억해 주길 바라본다.



강재병. 정치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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