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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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서귀포시 관광 명소인 이중섭거리가 인파로 북적이며 활기를 띠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주민들의 눈에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이 신기하기만 하다.

골목길에 인파가 넘쳐나면서 이들을 구경하는 것조차 재미있는 볼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이중섭 화가가 거주했던 초가 주변은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로 사시사철 붐빈다.

이중섭 가족들이 한 때 생활했던 단칸방과 부엌, 마당을 둘러보는 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노라면 돈을 내고 입장하는 유명 관광지 이상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에 있는 선술집인 트라팔가 터번도 대표적인 관광 코스로 유명하다. ‘올리버 트위스트의 모험’으로 유명한 작가 찰스 디킨스가 생전에 자주 들렀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경우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여주인공들이 자주 찾았던 뉴욕의 브런치 레스토랑도 인기 있는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과거의 역사나 문화를 통해 이미지를 재생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story’와 ‘telling’의 합성어로 사전적으로는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즉,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내용으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과거 문학과 영화 등에서 활용되던 방법에서 광고, 홍보, 출판, 관광 등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제주는 1만8000 신들의 고향으로 가히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다.

관건은 이를 어떻게 가공하고 다듬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낼 것인가에 있다.

지금은 ‘스토리’와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관광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서귀포시의 인식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서귀포시의 대표적인 축제인 ‘칠십리 축제’는 2008년부터 서복이 진시황의 명령을 받아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귀포시를 찾았다는 점에 착안, ‘불로장생’을 테마로 했지만 지난해에는 축제 컨셉을 ‘건강하고 청정한 도시 서귀포’로 변경됐다. 서복과 관련된 행사도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총사업비 92억5500만원이 투입돼 2003년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에 조성된 서복전시관에는 진시황제의 청동마차와 병마용갱(兵馬俑坑) 실물 복제품 등이 전시돼 있고 외부 공원에는 서복 석상과 친황다오(秦皇島)시가 기증한 서복 동도도(東渡圖) 조각상,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의 친필 휘호인 ‘서복공원’이 새겨진 태산석 등이 들어섰다.

하지만 올해 서복전시관 운영을 위해 책정된 예산은 5900만원. 대부분 공무직(무기계약직) 3명 인건비로 지출되면서 프로그램 운영 및 입장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복공원 입장객은 2011년 13만3300명에서 2012년 9만7100명, 2013년 4만4600명, 2014년 3만5800명 등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달 초 서복공원에서는 한중 수교 23주년을 맞아 양국의 우정을 재확인하는 기념식수 행사가 열렸다.

㈔제주서복문화국제교류협회 주관으로 한국과 중국 교류의 출발점인 서복공원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2000년 전 서복이 3000명의 동남동녀를 거느리고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귀포를 찾았다”며 “서복과 서귀포의 인연을 스토리텔링으로 되살려 서귀포가 한중 교류의 시원지(始原地)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며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이야기가 부가가치를 낳고 스토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세상이다.

단순한 경관을 밑천으로 삼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시대는 지났다. 역사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고 이를 활용해 이야기가 있는 도시로 가꿔 나가야 할 때다.
<김문기 사회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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