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초록빛 연못과 어우러진 기암괴석…빼어난 절경에 절로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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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
   
쇠소깍은 계곡 곳곳에 있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과 속이 비칠 듯한 맑은 연못, 상록수림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어우러져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사진 왼쪽) 또 쇠소깍 산책로 끝으로는 해녀 조형물과 함께 검은 모래 해변이 펼쳐져 경관 감상과 모래 찜질을 즐길 수 있다.(오른쪽)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된 효돈천은 한라산 정상에서 발원해 약 13㎞의 거리를 흘러 서귀포시 하효동 해안에 이르는 대규모 하천이다.

 

이 효돈천을 흐르는 담수가 바다와 만나는 하구로부터 상류 쪽으로 약 320m에 걸친 구간은 상록수림을 낀 협곡을 이루는데 물이 고여 깊은 연못을 형성해 신령스런 경관을 만들어낸다. 이곳이 바로 쇠소깍이다.

 

‘쇠’란 효돈의 옛 지명(쉐둔·쇠둔)에서 유래한 ‘소(牛)’를, ‘소(沼)’는 물웅덩이를, ‘깍’은 제주어로 ‘끝’ 혹은 ‘마지막’을 의미한다. 다르게는 ‘쇠소’라고도 부른다.

 

쇠소깍은 거친 계곡과 상록수림, 그리고 연못이 한데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한다.

메마른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여유롭게 짙은 에메랄드 빛 연못을 감상할 수 있다. 계곡 곳곳에 있는 각양각색의 기암괴석과 속이 비칠 듯 맑은 연못이 만들어 내는 풍광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쇠소깍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 시간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기도 한다. 밀물 때는 물이 가득 차올라 바위가 잠기지만 썰물 때는 깊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것은 물론 계곡 바위 틈으로 용천수가 솟아오르는 신기한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2011년 쇠소깍은 그 뛰어난 자연경관 가치를 인정받아 외돌개, 산방산과 함께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8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용과 기우제, 절절한 사랑 이야기=쇠소깍은 용이 살고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과거에는 ‘용소(龍沼)’라고 불리기도 했다.

 

옛날 하효마을의 주민들은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는데 연못에 사는 용이 올라와서 비를 뿌려 준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우제는 심방(무당)을 통해 무속의례로 지냈다. 이 때 쇠소깍 인근 용지동산에 있었던 당(용지동산당)에서 ‘용지부인석’이란 돌을 가져다가 사용했다고 한다.

 

심방이 용지부인석을 업어서 흰 천으로 묶고, 쇠소깍으로 가서 그 돌을 물에 넣다 빼다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돌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사라져 버려 아쉽게도 지금은 남아 있지 않다.

 

쇠소깍 산책로 중간엔 ‘여드레당’ 혹은 ‘큰당’이라 불리는 본향당이 있다. 이 당을 지나 바다 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데크시설로 조성된 넓은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이 현재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라고 한다.

 

쇠소깍에는 가슴 절절한 슬픈 전설도 있다. 옛날 하효마을에 살았던 부잣집 외동딸과 그 집 머슴 아들은 동감내기로 자라면서 서로 연모하는 사이가 됐다. 그러나 신분의 벽에 부딪혀 이들은 사랑을 꽃피우지 못했다.

 

좌절한 머슴 아들은 쇠소깍 상류에 있는 ‘남내소’라는 연못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이를 뒤늦게 안 부잣집 딸은 그의 시신이라도 찾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쇠소깍 기원바위에서 100일 동안 기도를 드렸다.

 

마침내 큰비가 내리더니 머슴 아들의 시신이 냇물 위로 떠올랐다. 부잣집 딸은 사랑하는 연인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통곡을 하다가 결국 슬픔을 이기지 못해 기원바위로 올라가서 쇠소깍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쇠소깍 명물 ‘테우와 카약’, 검은 모래 해변=산책로를 따라 경관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쇠소깍의 속살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이곳의 명물인 테우와 투명 카약, 수상 자전거를 직접 타보는 것이 좋다.

 

짙은 에메랄드 빛 물살을 가르며 감상하는 쇠소깍의 풍광은 어떤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30~40분의 승선 시간 동안 장군 바위를 비롯해 사랑 바위, 독수리 바위, 사자 바위, 부엉이 바위 등 다양한 형태의 기암괴석들을 눈앞에서 직접 느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쇠소깍 감상을 마치고 산책로 끝에 다다르면 드넓은 망망대해와 검은 모래 해변을 마주하게 된다.

 

오랜 세월 현무암이 부서져 형성된 검은 모래 해변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신경통과 관절염,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잠시 몸을 뉘어 모래찜질을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바닷물 가까운 곳에는 동글동글한 모양의 검은색 자갈들이 한없이 펼쳐져 있다.

눈을 감고 있으면 파도에 씻겨 내리는 자갈들이 일제히 ‘쏴아’하며 연주음을 낸다. ‘돌 굴러가는’ 그 소리는 연이어 밀려오는 파도로 인해 끊임없이 이어지며 듣는 이의 마음을 한껏 사로잡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진정한 평온함이 찾아온다.

 

강민성 기자 kangm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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