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섬과 오름의 절묘한 하모니-해안마을 비경의 결정체
(18) 섬과 오름의 절묘한 하모니-해안마을 비경의 결정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제기지오름과 섶섬

춥지도 그리 덥지도 않아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제주 어촌마을이 있다. 바로 서귀포시 보목동.

 

제주의 어느 어촌마을이 아름답지 않은 곳 있으랴마는 보목마을은 바다와 섬, 오름이 한데 어우러진 조화 속에 멋진 풍경을 자아내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쇠소깍에서 외돌개까지 이어지는 올레 6코스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목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마을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제지기오름과 마을 앞에 누군가 살짝 갖다 놓은 것 같은 섶섬이다.

 

▲제지기오름

높이가 100m 남짓하고 산책로의 길이가 400m 밖에 안 되는 제지기오름은 보목마을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탐라지도병서’와 ‘1872년 지방지도’, ‘정의군지도’ 등에 제지기오름은 ‘저즉악(貯卽岳)으로 표기됐다. 또한 ‘제주삼읍도총지도’에는 ‘저좌지(貯左只)’, ‘제주지도’ 등에는‘저적악(儲績岳)’으로 기록됐다.

 

현재 제지기오름의 ‘제지기’가 무슨 뜻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이 오름 중턱 남쪽에 굴이 있는 곳에 절과 절을 지키는 절지기가 있었다 해서 절오름, 절지기오름으로 불리다가 ‘제지기’로 변했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오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마을 뒷동산이라고 부르기에는 부담스러운 제지기오름. 마을과 바다에 인접한 제주의 몇 안 되는 제지기오름은 15분이면 충분히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 숲에 들어서면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와 소나무와 들꽃 등이 전해주는 상쾌함 등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 서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보목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지붕들, 그리고 용이 되지 못한 뱀의 슬픈 전설이 깃든 보목 앞바다의 섶섬. 또한 섶섬 인근으로 문섬과 새섬, 범섬까지 보여 마치 바닷물 위에 놓은 징검다리 같은 느낌을 준다.

 

▲용이 되고픈 뱀

옛날 섶섬에 며리 양 옆에 귀가 달린 커다란 뱀이 살고 있었다. 이 뱀은 용이 되고 싶어 매달 음력 초하룻날과 초여드렛날이면 용이 되게 해달라고 용왕님께 지극정성을 다해 기도했다.

 

3년이 지나자 용왕은 뱀의 정성에 감동해 소원을 이뤄주기로 하고 뱀에게 말했다. “용이 돼 승천을 하려면 야광주가 필요하다. 그 야광주를 섶섬과 지귀섬 사이에 숨겨 놓을 테니 찾아서 용이 되거라” 용이 될 수 있다는 기쁜 마음에 뱀은 야광주를 찾으러 다녔다.

 

비바람이 치든, 물살이 거세든 아랑곳 않고 뱀은 용이 되고 싶은 일념하나로 섶섬과 지귀섬 사이를 오가며 야광주를 찾기 시작했다. 깊은 수심에 각종 암초와 해초 산호 등이 많아 야광주를 찾기는 쉽지 않아 1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게 된다.

 

100년이 지나도 야광주를 찾지 못한 뱀은 지쳐갔고 용이 되지 못한 채 바다 속에서 죽게 된다. 이후 섶섬 주변에 비가 내리려고 하면 섶섬 봉우리에 안개가 짙게 꼈는데 이는 용이 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한 뱀의 한이 서려있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현재 섶섬은 파초일엽 자생지로 1962년 12월 천연기념물 제18호로 지정돼 보호를 받고 있다.

 

▲보목자리돔축제

섶섬을 품고 있는 보목마을에서는 2000년부터 이 지역 특산품이 자리돔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인 서귀포 보목리 섶섬의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배경으로 5~6월에 보목 자리돔 큰잔치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도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데 축제장에 자리돔 어시장이 형성돼 싱싱한 자리돔 강회와 물회, 자리구이를 맛볼 수 있다.

 

또한 자리돔을 잡을 때 사용했던 뗏목 배인 자리 테우 타기, 자리돔 가요제, 맨손으로 자리돔 잡기, 자리젓 담그기 체험 등 다채로운 한마당 잔치가 열린다.

 

지금 제주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보목마을을 찾아 제지기오름 산책과 용이 못된 뱀의 한이 서린 섶섬을 마주하며 제철 맞은 자리돔 맛을 보는 것은 어떨까.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