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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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식 날 아침 교사들이 밥을 지어 졸업생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사제 간의 정을 나눴다. 밥상머리 교육의 일환으로 교사들은 다른 때보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밥을 짓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었다. 졸업생들은 선생님과 선배들의 정성이 담긴 아침밥을 먹으며 초등학교의 마지막 일정을 보냈다.

 

이 자리에서 선생님들은 졸업생들에게 격려의 덕담을 건네었고, 졸업생들은 “중학교에서 진학해서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은 특별한 졸업식을 준비한 교사들은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받고, 다른 사람들에게 대접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침밥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요즘 대한민국이 ‘밥’으로 시끄럽다.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가 학생들의 무상 급식을 중단, 급식비를 낼 여유가 있는 학생의 급식비를 삭감해 마련된 예산 전액을 서민 자녀들을 대상으로 교육 바우처 사업, 맞춤형 교육, 교육여건 개선 등의 사업에 쓰겠다고 선언하면서 정쟁의 불씨가 됐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들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교감은 식당 앞 복도에서 급식비 미납자 명단을 들고 미납 학생들에게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돈을 안냈으니 밥 먹지 마라, 너 같은 학생들 때문에 전체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교감의 행태를 접하면서 필자도 고교시절 두 가지 추억을 떠올렸다. 필자가 졸업한 학교에는 급식비 미납자 명단처럼, 수업료 미납자 명단이 있었다. 한 분기의 수업료를 납부 기한을 넘긴 후, 또 일정 기간까지도 납부하지 않으면 학교 정문 앞이나 현관 입구 안내판에 수업료 미납자 명단이 게시된다.

 

필자는 시험 성적우수자 명단 게시판에는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수업료 미납자 게시판에는 단골로 등장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또 다른 추억은 충암고처럼 ‘밥’과 관련된 일이다. 자취 생활을 하면서 변변한 반찬을 준비하지 못했던 형편이라 도시락에 밥만 가득 채워 친구들의 반찬을 나눠먹는 일이 다반사였고, 밥마저도 준비하지 못했을 때는 수저만 들고 교실을 휘저으며 십시일반 급우들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또한, 야간자율학습 때 저녁 끼니는 친한 친구가 여분의 도시락을 항상 준비해준 덕분에 굶지 않고 고교시절을 지낼 수 있었다.

 

한국인에게 ‘밥 한 끼’는 어떤 의미일까?

 

지인이나 친한 사람을 만나면 “밥은 먹었냐?”며 안부를 묻고, 헤어지거나 전화를 끊을 때면 “언제 밥 한번 먹자”고 관심과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감사를 표시할 때면 “언제 밥 한번 살게”라고 흔히 얘기하기도 한다.

 

이밖에 아침 밥상을 보면 전날 부부사이의 일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부부싸움으로 화가 난 부인들은 다음 날 아침 밥상이 부실하거나 아예 차려 주지도 않으며, 사랑이 충만한 날은 아침 밥상 역시 풍성하다고들 한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밥’은 애정과 관심, 위로와 격려의 의미가 담겨 있기에 ‘밥 한 끼’는 단순히 한 순간의 허기를 달래는 한 끼니의 의미가 아닌 것이다.

 

무상급식이든 유상급식이든, 학교의 급식 재정이 어떻든 간에 어른들의 ‘밥 그릇’ 싸움으로 우리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거나 마음에 상처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식판에 담겨 있어야 할 것은 단순히 밥과 국, 반찬이 아니라, 이들이 한국 사회의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어른들의 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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