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과 함께하는 경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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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不通).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제주경찰을 얘기할 때 이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20년 넘게 경찰을 출입한 기자로서 경찰이 ‘친정(?)’처럼 느껴지는 필자로서는 다른 사람들 입에서 이 같은 얘기가 나올 때마다 안타깝고 불편하지만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느끼는 바와 필자가 느끼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경찰은 질타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강력사건이 증가하면서 도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사건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심지어 살인사건이 발생해도 수사 편의적 발상으로 발생 사실조차 발표하지 않는다.

여기에 도민들에게 자신들이 하는 일에 대해 알리려고 하지도 않는다.

경찰 업무 특성상 도민들에게 ‘경찰이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라고 알릴 수 있는 것이 언론을 활용하는 방법인데 언론과도 담을 쌓은 모습이다.

도민에게 다가가는 경찰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경찰의 비리와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도민들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최근 5년간 제주경찰의 비리와 부정행위는 2010년 17건, 2011년 24건, 2012년 11건, 2013년 19건, 2014년 16건 등 연 평균 17건을 넘어서고 있다.

제주경찰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장 큰 문제는 조직 내부의 소통 부재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서장을 포함해 고위 간부들과 직원들 간 소통이 너무 부족하다”며 “고위 간부들이 지역 실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을 할 때면 조직 특성상 복종할 수밖에 없지만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한층 젊어진 제주경찰 간부진이 ‘기존 경찰과 우리는 다르다’는 논리를 앞세워 ‘그들만의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혹시 제주 출신이 아니어서 제주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제주사회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 때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간부들이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고, 직원들과도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조직 특성상 한 군데에서 어긋나기 시작하면 쉽게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경찰 조직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외부와의 소통이다.

지금의 제주경찰을 보면 외부와 소통을 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도민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언론과의 관계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단순한 통계자료를 확인하려면 홍보실을 통해 해당 부서에 요청하거나,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사건에 대한 취재는 더욱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발표하는 것만 받아쓰라’는 식이다.

도민을 상대로 ‘갑(甲)질’을 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도민과 함께하는 경찰이 되려면 법 집행을 엄격히 하면서도 주민들의 어려움을 듣고, 같이 고민하며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다.

누군가는 ‘법과 원칙대로 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라고 반문할지는 모르지만 법과 원칙보다 소통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지금 제주경찰에 가장 필요한 것이 도민들에게 살갑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아닌가 싶다.

김대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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