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변방, 4.3 아픔 제주, 아르브뤼 중심지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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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통원 성균관대 교수, 미술관 조성...아트페어, 국제 교류 등도 차례로 추진
   

 

“세계 속 마이너리티의 한(恨)을 가진 한국, 그 중에도 변방으로 4·3 트라우마를 간직한 제주는 아르브뤼와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한국 아르브뤼 발상지로 제격이죠.”

 

한국 아르브뤼 대표인 김통원 성균관대 교수(58·사회복지학과)가 아르브뤼(Art Brut) 미술관 부지로 제주를 선택한 이유다. 아르브뤼는 프랑스어 예술(Art)과 순수함(Brut)의 합성어로 흔히 정신 장애인이 그린 작품을 뜻한다.

 

김 교수는 “아르브뤼는 2차 세계대전 말 프랑스 화가 쟝 뒤뷔페가 규정한 용어로 광의로는 아웃사이더 아트를 일컫는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선 미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는다”고 전했다.

 

한국 아르브뤼는 2008년 결성돼 그해 각종 전시에 참여한 후 2009년 국내 최초의 아르브뤼 미술전을 개최했다. 전국 아르브뤼 공모전과 국회 전시도 주요 사업이다.

 

김 교수가 서귀포시 고근산 언저리(고근산로 373)에 있는 숲을 무대로 아르브뤼 미술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 출신인 김 교수가 일찍이 제주를 아르브뤼 미술관 조성의 최적지로 보고 8년 전께 매입해 둔 약 3만㎡ 규모의 임야에 최근 목조 주택이 지어졌고 아르브뤼 작품 수십 점이 내걸렸다. 국내 최초의 아르브뤼 미술관이 탄생한 것으로, 건물은 내부 1·2층을 합쳐 180㎡ 가량의 소박한 규모다.

 

이게 끝이 아니다. 김 교수는 이곳을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행복을 꿈꾸는 공간으로 꾸미는 계획을 차근차근 실현 중이다. “2년 내에 650㎡ 규모의 아르브뤼 미술관 본관을 지을 겁니다. 노거수 한 그루를 빙 둘러싼 형태의 생태학적인 설계죠.”

 

이 대목에서 사회복지학과 교수답게 한국 사회의 편견에 대한 비판이 튀어나왔다.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서는 정신 장애인의 평균 입원 일수가 13~35일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33일입니다. 국가별 비자발적인 입원율 역시 선진국이 4.6~18%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92.3%에 달합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정신 장애인은 ‘3등 국민’으로 인식돼 온갖 따가운 사회적 시선을 감수하고 있죠.”

 

아르브뤼 미술관은 단순한 작품 전시 공간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김 교수는 “장애인 등 소수자를 위한 문화예술복지공동체의 휴식·학습·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국제 아르브뤼 아트 페어 개최 장소로도 이용할 것”이라며 “제3세계 아르브뤼 작가를 양성하는 등 문화 분야 국제 개발 협력의 중심지로도 기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그의 구상은 장애인 등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내 행복한 사회를 일구는 데 닿아있다.

 

김 교수는 “정신 장애인들의 예술적인 가치 구현에서 출발해 장애에 대한 인식과 장애인의 인권을 개선한 후 세계로 시야를 넓혀 소수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게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가 아르브뤼를 처음 접한 것은 약 10년 전. 우연히 일본 교수의 소개로 아르브뤼를 접한 그는 마술처럼 매료됐고 전국 정신병원을 누비며 작품을 수집했다.

 

김 교수는 “아르브뤼는 창작자들의 특성 상 고립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인 독창성을 태생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며 “아르브뤼 작가들은 정신병동 등에서 예술이란 인식조차 못하고 남의 것을 모방하려는 의도도 없이 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교수는 “아르브뤼의 예술성은 빈센트 고흐의 작품 세계처럼 본질적으로 원초적인 광기에서 비롯되는 셈”이라며 “보통 예술가의 광적인 에너지가 클수록 창의적 작품이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아르브뤼 작품에서 초현실주의나 추상주의 등을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적 스펙트럼이 읽힐 때가 많아 깜짝깜짝 놀란다”고 덧붙였다.

 

기존 미술과 대별되는 아르브뤼의 특성은 고립성과 독창성과 함께 원시성, 자유성, 변형성, 선정성, 원초성, 진실성, 순수성, 창의성 등 10가지 정도다. 이 같은 아르브뤼만의 독특한 예술성이 보는 이를 미처 경험하지 못한 감동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현재 기존 미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아르브뤼 작가는 20명 선으로 추정된다. 주영애와 김정명, 김용안, 곽규섭, 이종우 등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가 그동안 수집한 아르브뤼 작품은 약 1만 점에 달한다. 여기에다 예술가라고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려운 학생들의 작품까지 포함할 경우 2만점에 육박한다. 지금까지 이들 작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소요된 비용만도 대략 10억원에 달한다고.

 

다시 김 교수는 “강대국 사이에서 약자로 살아온 한국, 그 속에서도 4·3이란 현대사의 비극까지 겪은 제주는 아르브뤼 작가들의 운명과 상통하는 점이 크다”며 아르브뤼와 제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를 꺼냈다.

 

“이제 제주가 아픔을 딛고 세계 평화의 섬이자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하고 있듯 아르브뤼도 이곳에서 세계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고 행복을 전파하는 구심점으로 우뚝 설 것입니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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