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해운 물류 대란이 장기화하면서 일선 업계에서는 다양한 문제점과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면허 취득과 화물선 운송사업 등록 조건은 물론 기존 선박에 대한 검사까지 까다로워지면서 앞으로 5년 이내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의 무더기 퇴출 사태까지 발생할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해운 물류 대란을 막으려면 국가무역항에 걸맞은 제주항의 인프라 확충과 함께 대형 여객선과 화물선의 신규 취항을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자동화물 기사들

 

지난 26일 오후 제주항 6부두에는 제주에서 목포로 운항하는 여객선에 선적을 기다리는 화물자동차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이날 제주항 6부두에는 국내에 취항한 여객선 중에서 제일 큰 1만5089t급 여객선인 씨스타크루즈호가 화물차량 130대와 승용차 100대 등 3380t의 화물과 1000여 명의 여객을 실었지만 해당 선박에 화물차량을 싣지 못한 차량 10여 대나 됐다.

 

이날 만난 한 화물자동차 운송기사는 “운송해야 할 화물은 넘쳐나는데 배편은 부족하고, 어렵게 배편을 구해도 다시 돌아오려면 삼일씩 항구에서 노숙해야 하니 정말 힘들다”며 “이렇게 배편을 구하지 못하다 보니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해 생계에도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관계 당국이 조속히 배편을 늘릴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처럼 제주지역에서 하루에 적게는 20여 대에서 많게는 50여 대의 화물자동차들이 타지방을 잇는 선박의 빈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는 제주지역에서 타지방을 잇는 선박에 타려면 적어도 3~4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 화물이 택배를 통해 감귤과 농산물 등 이른바 ‘당일 신청 물량’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해운 물류 업계의 설명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어렵게 화물을 타지방으로 이송했더라도 다시 제주지역으로 오는 배편을 구하지 못해 화물자동차 기사들이 어쩔 수 없이 이틀 정도 원치 않은 휴업을 해야 하고 이 때문에 해운 물류 업계가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도내 해운 물류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주지역 물류의 특성상 3~4일 전에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더구나 비슷한 시간과 시기에 한꺼번 몰리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는 대형 여객선들이 잇따라 끊겨 물류 처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화물선이나 대형 여객선 취항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제주도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악화일로 제주 뱃길

 

세월호 참사 이후 제주와 타지방을 잇는 여객선 수는 기존 15척에서 7척으로 8척이나 감소했다.

 

더구나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 7척의 선령을 보면 서경파라다이스 28년, 씨스타크루즈 25년, 한일카훼리1호 24년, 남해고속카훼리7호 24년, 한일블루나래 23년, 오렌지1호 19년, 핑크돌핀 19년 등으로 내년이면 모두 선령 20년이 넘는 데다 4척은 25년을 넘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운항 중인 여객선마저도 앞으로 5년 이내 전량 퇴출당할 위기에 놓여 사상 최악의 해운 물류 대란으로 이어질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여객선의 운항 허용 선령을 20년으로 제한하되 매년 엄격한 검사를 통해 최대 25년까지 운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해운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지난 17일자로 입법예고해 조만간 시행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취항을 위한 면허 취득과 화물선 운항을 위한 해상화물운송사업자의 등록 조건이 까다로워져 신규 취항에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제주지역 한 선사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3700t급 화물선인 A호를 들여왔지만 현재까지 해상화물운송사업자 등록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제주외항 앞바다에서 3개월째 해상 정박을 하고 있다.

 

▲제주항 선석 태부족

 

29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항에는 현재 25개의 선석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객선과 화물선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실제 최대 동시 접안 가능한 척수는 고작 15척에 불과한 상태다.

 

부두별 선석을 보면 2부두 3석, 3부두 1석, 4부두 4석, 5부두 4석, 6부두 2석, 7부두 1석 등이다.

 

여기에 제주외항에는 대형 크루즈선석 2개와 철재 부두가 있지만 여객선이나 화물선 전용선석이 없다.

 

그나마도 크루즈가 입항할 때는 제주어업관리사무소 소속 어업지도선들이 다른 항구로 이동하면서 이른바 ‘메뚜기 식 접안’을 하고 있다.

 

도내 해운 물류 업계는 이와 관련, “제주도가 태스크포스팀까지 운영하면서 해운 물류 대란을 막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고, 화물선 취항도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여론몰이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제주지역에서 발생하는 해운 물류의 정확한 물량과 함께 시기별과 시간대에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시간 및 시기 조정 방안을, 장기적으로는 제주항 선석 확대 방안을 각각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경호 기자 uni@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