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인식과 실재와의 관계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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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인식 방법
어떤 문제가 출제되었는가?

논술 문제에서 철학 영역, 특히 인식의 가능성 또는 인식의 방법과 관련된 영역은 논제의 보고이다. 이 영역과 관련된 기출 문제를 살펴보면, 2007학년도 연세대학교 정시 논술 문제의 핵심 논제는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과연 이해할 수 있는가?”였다. 2005학년도 서울대학교 정시 논술 문제의 핵심 논제는 “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였다. 2004학년도 고려대학교 정시 논술의 논제도 “사실의 객관적 인식과 주관적 해석 사이의 대립에 관한 자신의 견해는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요 근래 각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2008학년도 모의 논술 고사의 주제에서도 이러한 경향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숙명여대와 성균관대학교의 2008학년도 모의 논술 고사를 들 수 있다. 숙명여대의 인문계 논술 문제 2번 문항은 “객관적 진리의 존재 유무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비교하라”라는 논제였으며, 성균관대학교의 모의 논술 고사에서도 역사학 방법론과 관련하여 유사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던질 수 있는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진리란 무엇인가?”, “인간의 경험은 진리에 이르는 방법이 될 수 있는가?”, “보편적인 것은 존재하는가?”, “진리는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등이다. 이 주제는 성균관대학교 2008학년도 모의 논술에서 보듯, 역사학과 관련된 영역, 더 나아가 과학 철학 영역에서도 변형된 형태로 출제되기도 하였다.



객관적 진리의 존재 유무

최근 발표된 숙명여자대학교 2008학년도 모의 논술고사의 예를 통해 이 주제가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제시문부터 보자.

<가> 어떤 북방 사람이 나를 위해 걱정하여 말하기를, “강진은 탐라로 가는 나루이며 장독(?毒)이 서린 고장으로서 죄인을 귀양 보내는 곳인데 그대가 어떻게 살 수 있겠소?” 하기에, 내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아, 어찌하여 이런 말을 하시오. 탐라의 원통함이 여기에까지 이르렀단 말입니까. 내가 5년 동안 이곳에 살아보니 더위는 북방보다 약하고, 겨울 추위가 그리 심하지 않은 것이 색다른 점이었소. 중국에서는 귤이 회수 북쪽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고 하는데, 지금 강진에서 귤과 유자가 나오는데 월출산 북쪽으로만 가면 곧 변하여 탱자가 됩니다. 그래서 이 강진 땅은 중국의 회남과 위도가 거의 같습니다. 그런데 중국 사람 중에 회남 땅을 일러 장독이 서린 곳이라고 하는 자를 보았습니까? 강진은 북쪽으로 한양과 8백 리 거리로서 북극과의 위차가 한양과 3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겨울 해는 한양에 비해 조금 길어서 두어 자 되는 서까래에도 창문의 해는 그 중간에 있고, 여름 해는 한양에 비해 조금 짧아서 점심밥을 늦게 먹으면 저녁밥이 맛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름을 쪼개다가 겨울에 붙이고 싶어 하는 것이 북방 사람들의 소망인데, 지금 강진이 이와 같으니 이 어찌 좋은 고장이 아니겠습니까? 한 겨울에도 땅이 얼지 않아 농부는 들에서 밭을 갈고, 배추가 새파랗게 자라며 노란 병아리가 노닙니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보면서도 굳이 장독이 서린 곳이라고 하는 것은 여름 해는 짧으면서도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높은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더운 변방’이라고 말하자 모두 따라서 그렇게 말하고 또 사람들이 오랫동안 따라서 그렇게 말해 와서 지금까지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는 자가 없었을 뿐입니다.”

* 장독(?毒) : 축축하고 더운 땅에서 생기는 독기.



<나> 프로타고라스에 따르면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아나톨 프랑스는 이에 대해 “인간은 우주에 대해, 우주가 자신 안에 들어와 인간화되는 한에서만 인식한다. 인간은 사물이 나타내 보이고 있는 인간적인 측면만을 인식한다”고 주석을 달았다. 우주에 대한 모든 판단은 그 판단의 주체에게 있어서 상대적이다.

소크라테스는 프로타고라스의 명제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똑같은 바람이 한 사람에게는 차갑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경험하지 않는가? 여기서 우리는 이 바람을 그 자체에 있어서 무엇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가? 바람은 차가운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프로타고라스처럼 그것이 차가운 사람에게는 차가운 것이고 차갑지 않은 사람에게는 차갑지 않다고 해야 할까?”

똑같은 대상에 대한 판단이 각 개인에 따라 다른 것만이 아니다. 어떤 한 사람에 있어서도 시간에 따라 다른 것이다. 세상은 내가 기쁠 때와 슬플 때 각각 다르게 보인다. 또 시각에 따라서도 다르다. 하나의 탑이 위에서는 둥글게 보이고 앞에서는 네모지게 보인다. 회의주의자들에 있어서 객관적인 진리란 없으며 단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주관적인 견해들만이 있을 뿐이다.









이 글을 읽고 난 뒤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가>와 <나>의 요지를 서로 비교”하여 300자 내외로 글을 쓰는 것이다. 대학 측에서 밝힌 해설에 따르면, “제시문 <가>는 새롭게 접하는 대상에 대해 편견 없이 직접 경험하고 나서 기왕에 알려진 일반적인 견해가 옳지 않음을 밝힌 글이며, <나>는 같은 대상에 대한 판단이 개인에 따라 다르고 그 개인도 상황에 따라 다른 상대적인 것임을 말한 글이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제시문 <나>는 ‘객관적 진리란 없다’라는 입장에 서 있으며, 제시문 <가>는 ‘객관적 진리가 존재한다’라는 입장에 서 있다. 즉, 편견에 기초한 사물 인식이 아니라 경험에 기초하여 사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다가 설 수 있음을 주장한 것이다. 이에 반해 제시문 <나>는 이러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부정한다. 즉, ‘객관적 진리란 없으며 단지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주관적 견해들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실재의 관계

인식과 진리, 주관적 인식과 객관적 실재간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 살펴 보자. 우선 인식과 객관적 실재를 구분하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는 곧 인간의 주관과 무관하게 객관적 실재를 인간의 의식 밖에 독립해 있는 물질적 사물 현상으로 보는 입장이다. 경험론적 전통이나, 독일의 철학자 칸트, 그리고 마르크스와 같은 유물론적 입장이 이 같은 태도를 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또 다시 객관적 진리의 인식 가능성, 인식과의 상호 작용 형태 등에 대해서 입장이 갈린다. 예를 들어 칼 마르크스 같은 유물론자는 객관적 진리가 자연에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자연은 인간의 이성을 자극해 이를 알아가도록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우리가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도 그 법칙은 누구와도 상관없이 그대로 돌아간다. 이런 논리를 이들은 사회에까지도 확장한다. 즉 사회 안에서도 각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법칙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산력 증가의 법칙이다. 인간은 그 개별 객체의 의지와 무관하게 끊임없이 생산력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법과 도덕 원칙 등 상부구조도 변화를 겪는다. 이 법칙성을 찾고 탐구하는 것이 학문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이들에게 진리는 인식 외부에 있는 우리가 알아가야 할 것이 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진리는 인식 내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이나 아래 언급된 헤겔의 이성 철학이다. 이들은 위대한 철학자들의 이성적 깨달음이 진리 탐구의 근원이며, 특히 헤겔의 경우 이런 이성적 깨달음은 더 나아가 그 자체로 축적적이라고 주장한다. 사물이 의식을 자극해 의식을 변화시킨다는 유물론과 달리 이들은 의식의 깨달음이 현실 변화의 작동 버튼을 찾아 내 이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다소 철학적이고 고도의 지적 추상력을 요구하는 질문이지만, 학문을 했던 많은 이들이 벽에 부딪혔던 문제이고 따라서 논술의 문제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주관적 관념론이란 것이 있다. 진리의 출발점도 인식이고 그 결과도 나의 인식인 것이다. 즉 진리의 인식을 나의 주관적 범주로 규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내가 믿는다면 나에게 진리는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것이 된다. 이 같은 인식론은 동양의 철학, 특히 도가 사상에서 자주 나타난다. 다음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를 바라보면서 제자가 스승에게 묻습니다.

“스승님, 지금 흔들리는 것은 나뭇가지입니까? 바람입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합니다.

“흔들리는 것은 나뭇가지도 바람도 아니다. 흔들리는 것은 바로 네 마음이다.”



이 외에도 인간의 행동 자연의 변화 모두를 신으로 환원하는 형이상학적인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즉, 신이 모든 것을 만들었고, 따라서 신이 곧 법의 원천이다.





[연습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소크라테스 : 이상 말한 모든 것을 생각할 때, 진정한 철학자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하고 또 서로 말하지 않을까? 즉, “우리는 우리를 곧장 이끌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하는 듯싶은 사상의 오솔길을 발견하였네. 즉, 우리가 육체와 더불어 있는 동안 그리고 영혼이 이 좋지 못한 것과 섞여 있는 동안, 우리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못하리라는 것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진리야. 무릇 육체란 먹고 살아야 하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끝없는 골치 덩어리가 되는 것이요, 또 병이라도 드는 날에는 참 존재에 대한 우리의 탐구를 방해하는 것일세. 또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애정과 공포와 온갖 공상과 끝없는 어리석음으로 가득하게 하고,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이 말과 같이, 도대체 생각하는 능력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가는 것일세. 그리고 전쟁이나 분쟁이나 쟁투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인가? 육체 때문에, 육신의 정욕 때문에 생기는 것은 아닌가? 전쟁은 돈을 사랑함으로써 생기는 것이요, 돈이란 육신 때문에 육신을 위해서 얻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이런 모든 장애물 때문에, 우리는 철학하는 데 쓸 시간이 없는 거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불행한 것은, 간혹 우리에게 여가가 생겨서 사색을 하려 할 때에도 언제나 육체가 우리의 탐구에 개입하여 혼란과 소동을 일으키고, 나아가 우리의 눈을 흐리게 하여 진리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일세. 그러니 무엇이든지 순수하게 인식하려면 육체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걸세. 영혼이 그 자체로 돌아가야 사물들을 그 자체로 볼 수 있을 거야.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지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일세. 이 지혜가 바로 우리의 애인이라고 우리는 말하는 터일세. 그런데 우리가 이 지혜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이 아니고 죽은 후의 일일 거야. 영혼이 육체와 함께 있는 동안은 순수한 의식을 가질 수 없다고 하면, 두 가지 가운데 하나가 가능할 것이기에 말일세.

- 플라톤, 『파이돈』





(나) 정신에 대한 철학자들의 해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이 정신을 주어진 것으로 전제하고 그것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필자는 정신을 하나의 주어진 ‘실체’가 아니라 생성되고 발전되어 가는, 그리고 지금도 발전되어 가고 있는 하나의 ‘사건’ 또는 ‘사상’으로 본다. 헤겔의 철학은 이런 점에서 이 책의 관점과 유사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 역시 정신을 주어진 것으로 전제하고 그것의 전개만을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이 책의 논의는 정신의 ‘현상’이 아니라 정신의 ‘발생’ 자체를 문제 삼고자 한다.

정신을 출현시킨 단초는 직립 보행과 그에 따른 조작자로서의 ‘손’의 출현에 있다. 조작 전문용으로서의 손은 인간에게 유일한 것이며, 이것은 인간의 이성이 인간에게 의미하는 만큼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논의의 출발점이다.

또한 손을 바탕으로 한 노동이 인간에 특유한 자기 의식을 생성시켰고, 노동과 자기 의식은 다시 언어를 생성시켰다. 인간 언의의 기원은 새로운 지각 체계의 출현과 관련이 있으며, 이 새로운 지각 체계는 도구 제작을 통해서 출현했다는 것이 분석된다.

- 조용현, 『정신은 어떻게 출현하는가』



※ (가)와 (나)는 인간 인식의 근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의 견해를 요약한 뒤, (가)의 입장에서 이에 대해 비판하시오.(600자 내외, 0자 허용)

신호승(1318 논술 연구소 언어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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