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폐교 땐 마을 붕괴"...학교 살리기 운동 발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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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읍리, 공동주택 지어 납읍초 학생 수 늘려...1996년 53명서 현재 130명
   
                                             납읍초-전경

제주시 애월읍 중산간 마을인 납읍리에 있는 납읍초등학교는 ‘학교 살리기 운동’의 발상지다.

 

1946년 개교해 올해 69년 역사를 가진 납읍초 역시 1990년대 이농현상과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생 급감의 파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때 350명을 웃돌던 납읍초의 학생 수는 1990년대 들어 점차 줄어들더니 1996년에는 신입생 3명에 전교생은 53명에 그치는 등 폐교 위기가 극에 달했다. 1992년 이후 납읍초는 2차례 분교장 격하 대상 학교로 지정됐다.

 

예로부터 ‘선비마을’로 알려진 납읍리 주민들은 마을 유일의 공공기관인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도 붕괴한다는 절박감에 공감했다. 주민들은 반드시 학교를 살려야 한다며 머리를 맞댄 끝에 빈집을 임대하고 공동주택을 지어 학생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전국 최초로 추진했다.

 

 

   

주민들은 1992년 ‘빈집 무상 임대’를 통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도시민을 유치하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어 주민들은 1997년 마을 서하동에 있는 연못 2곳을 매립해 공동주택 2동을 짓고 초등학생 보유 가구 19세대를 입주시키며 학교 살리기 운동을 본격화했다. 공동주택은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이듬해 학생 수가 83명으로 늘고, 1999년에는 114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01년 학생 수가 다시 100명 미만으로 감소하자 주민들은 다시 뭉쳤다. 2002년 동하동에 12세대 규모의 두 번째 공동주택이 지어졌다. 이어 2012년에는 속칭 사장터에 세 번째 공동주택이 조성돼 24세대가 둥지를 틀었다. 2011년에는 마을 내 보건지소가 이전하는 과정에서 학교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옛 건물을 리모델링한 결과 1세대가 입주했다.

 

입주자들은 보증금 200만원에 50만~100만원선인 연간 관리비를 부담하고 있다.

 

이들 공동주택 조성과정에서 마을은 부지를 내놓고 주민과 출향인사들은 성금을 모금하면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충당했고 일정 부분은 행정의 지원을 받았다. 당초 학교 살리기 운동이 없었다면 올해 60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던 납읍초의 학생 수는 현재 130명이다.

 

납읍리의 학교 살리기 열정은 공동주택 조성을 넘어 마을과 학교의 다양한 교류로 확산되고 있다. 납읍리청년회는 어린이 공부방을 운영하고 전교생 대상 임해훈련도 맡고 있다. 노인들이 학교를 찾아 인성교육을 실시하면 학생들은 노인학교 행사에 참가해 공연을 펼친다.

 

납읍초는 2001년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회 전국 가장 아름다운 학교’ 대상을 수상했고 2009년부터 6년간 제주형 자율학교로 선정된 후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 ‘다혼디 배움학교’로 지정돼 창의적인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납읍초 21회 출신으로 지난해 3월 모교에 부임한 문명자 교장은 “납읍초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통해 폐교 위기를 극복한 것은 주민들의 남다른 애정·신뢰가 뒷받침된 결과”라며 “노인 인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과정에 주민 참여와 협조를 적극적으로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교장은 “학교 살리기를 통해 전교생 70%이상이 외부에서 유입된 만큼 이들이 납읍초·납읍리 출신이란 점을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며 “매달 1회 발행하는 학교소식지 첫 장에 납읍리 역사·문화 등 내력을 꾸준히 소개하고 마을·학교 교류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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