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의 고용실적은 겉으로는 양호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양질의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많은 구직자들이 공무원과 대기업 등 특정 직종에만 집착하면서 도내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치의 실태=김모씨(29)는 2012년 2월 도내 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까지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공기업과 대기업 70여 곳에 원서를 제출했지만 단 한곳에도 합격하지 못했다.

 

김씨는 “높은 임금 수준과 복지 혜택 때문에 공기업과 대기업에만 원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취업이 1~2년 늦어져도 도내 중소기업에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대학을 나온 고모씨(30) 역시 일자리가 없는 취업준비생이다.

 

고씨는 2011년 2월 대학을 마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지난 1월 도내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었다. 그러나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회사가 주는 임금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다고 생각한 고씨는 다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고씨는 “150만원의 월급을 받으면서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야 했다”며 “임금도 적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지는 회사가 비전이 없다고 판단, 다시 공무원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구직자들이 김씨와 고씨처럼 공기업, 대기업, 공무원 등 이른바 ‘양질의 일자리’만 고집하면서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직원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53)는 올해만 2차례 신입사원을 채용했다. 상반기에 고용한 직원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면서 하반기에 또다시 새로운 직원을 구해야 했다.

 

박씨는 “직원을 모집해도 지원자가 많지 않아 지인들을 통해서 겨우 인력을 구하고 있다”며 “직원을 채용해도 1~2년 안에 퇴사하는 사례가 많아 차라리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취업 위한 노력은 부족=문제는 상당수의 구직자들이 본인이 갖추고 있는 능력과는 무관하게 좋은 직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수년 동안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다가 장기 청년실업자로 전락하거나 무급 가족종사자가 돼 집안일을 돕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도내 기업의 인사담당자들과 취업 전문가들도 기업에서 지역 인재를 채용하고 싶어도 자격 조건이 맞지 않아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제주대학교의 2013학년도 진로·취업의식 조사에서 취업 준비 정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848명의 41.0%가 ‘정보 수집 중’이라고 밝혔으며 ‘관심만 갖고 있다’ 37.1%, ‘하고 있지 않다’ 6.1%로 구체적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은 15.1%에 그쳤다.

 

또 취업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외국어 실력이라고 대답한 학생이 33.0%로 가장 많았지만 정작 공인 외국어 시험 점수를 보유한 학생은 38.1%에 그쳤다.

 

취업을 위한 자격증 필요 여부에 대해서도 ‘있으면 유리하다’ 46.1%, ‘반드시 있어야 한다’ 42.7%로 대부분의 학생이 자격증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55.9%가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돌파구를 찾아라=구직자는 일하고 싶은 직장이 없고 기업은 채용할 직원이 없는 고용시장의 수급 불일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도내 고용시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대책이 절실하다.

 

제주지역은 1차 산업과 3차 산업에 편중된 고용시장의 구조적 특성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타 지역보다 부족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내 일자리 미스매치에 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책 수립에 기초가 되는 데이터베이스조차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10월 뒤늦게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및 일자리정책 마련을 위한 도민 인식 실태조사에 착수했지만 2015년 12월 연구가 완료될 예정으로 관련 정책 수립과 시행은 2016년 이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칭 제주청년고용센터를 설립해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등 청년 일자리 및 고용정책들을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례로 일본 사이타마현과 부산시에서는 각각 영커리어센터와 부산청년일자리센터를 운영해 청년층의 고용상황을 파악하고 고용정보 제공, 취업 상담, 취업 소개 등 체계적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낮추기 위한 진로 지도·교육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제주의 산업구조 개편 및 고부가가치화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육성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구직자들을 고용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고승한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우 지역 중소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취업박람회를 개최하고 1년에 한 번씩 기업백서를 발간해 기업을 홍보하는 등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며 “도내 사업체의 94%가 10인 미만 사업장으로 영세하지만 제주지역 기업들은 인력난만 호소할 뿐 인력 채용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고 연구위원은 이어 “일본 사이타마현의 영커리어센터는 공무원이 파견돼 행정적 지원을 돕고 행정에서 할 수 없는 부분을 민간이 맡는 민·관 협력체계를 통해 효율적인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제주지역도 제주청소년고용센터를 설립해 제주도청과 대학, 직업훈련기관이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