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제주가 좋아서, 제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싶어 망설이지 않고 귀농·귀촌을 결심했죠. 나무에 물을 주는 방법도 몰랐을 정도로 농사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는데도 말이죠. 지금은 각종 교육을 통해 농사를 조금씩 알아 가면서 귀농생활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감귤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형재씨(64·한라뜰 대표)는 제주에서의 인생 제2막을 어떻게 그려낼지 행복한 꿈을 꾸고 있었다.

 

1977년부터 25년간 국내 대기업 평사원에서 임원까지 오르며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던 이씨는 제주에서의 귀농·귀촌 생활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 친구들과 가족들의 만류가 대단했다.

 

이씨는 “어린 시절부터 서울에서만 쭉 사는 등 도시 생활에만 적응돼 있다 보니 제주에서 어떤 농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며 “자식들의 설득이 가장 힘들었다. 제주로의 귀농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30년 가까이 펴왔던 담배를 끊었다면 믿을 수 있겠냐”고 웃어보였다.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고 2011년 배우자 배정숙씨(58)와 단둘이 제주로 내려온 이씨는 1년간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과 서귀포시의 귀농·귀촌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 제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감귤 농사를 지을 것을 결심했다.

 

그러던 이씨는 2012년 마을 주민들에게 “이런 땅을 왜 사느냐”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오랜 세월 방치됐던 7603㎡(약 2300평)의 토지를 매입, 1년 동안 땅을 다지며 농장으로 만들어 나갔다.

 

이씨는 “수많은 바위와 넝쿨, 온갖 쓰레기로 가득한 땅을 감귤 농장으로 만들기 위해 굴착기로 돌을 깨고 길을 만드는 한편 일일이 손으로 넝쿨·쓰레기를 걷어내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며 “감귤 농사와 관련된 기초 교육 역시 빠짐없이 참석하며 농사를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 워낙 오래된 땅이었기에 처음에는 감귤 농사가 잘 안되면서 속상한 날들이 이어졌다.

 

그럴 때마다 이씨는 교육 동영상을 수차례 보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는 열정을 보였고, 이는 곧 성목이식을 통한 고품질 감귤 생산이라는 결과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성목이식은 제주도농업기술원의 노지 명품감귤 만들기 구조개선 사업의 하나로서 감귤의 품질 향상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노지 감귤원에 심겨진 나무를 빼내면서 품질이 좋은 나무만 골라낸 후 새롭게 옮겨 심는 성목이식 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며 “나무와 직접 이야기하고, 하루 4시간씩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등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이어 “귤을 수확할 때에도 즉시 바구니에 떨어뜨리지 않고, 충격을 받지 않게 앞치마에 소중히 옮겨 담는다”며 “또 일일이 수건으로 감귤을 닦아내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애정을 쏟은 결과 최근 이씨의 감귤은 당도가 13~14브릭스를 기록하는 등 보통 노지 감귤의 평균 당도인 9~10브릭스 이상의 맛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품질 감귤인 만큼 가격도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지난해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맛있다고 재구매를 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씨는 “언제까지 지금처럼 감귤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지역주민들과 같이 호흡하며 남은 인생을 제주에서 보내고 싶다”며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도 감귤 농사는 물론 제주의 문화를 꾸준히 알아가며 살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