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전설이 깃든 비경...지질학적 가치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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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재발간 34] 제주도 기념물 제57호 용연.용두암

옛날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길 꿈꿨다.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품으면 승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무기는 한라산에서 옥구슬을 몰래 훔친 후 용연계곡을 따라 몸을 숨긴 채 돌아왔다.

 

마침내 이무기가 용이 돼 하늘로 오르려는 순간, 대로(大怒)한 한라산 신령이 쏜 화살에 맞아 바다에 떨어졌다. 승천하지 못한 한과 고통으로 이무기는 울부짖다가 바위가 됐다.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 있는 용두암(龍頭巖)에 얽힌 전설 중 하나다.

 

제주의 자연관광지 제1호 격인 용두암은 말 그대로 용머리 형상을 띤 기암괴석으로 높이 10m, 길이 30m에 달한다. 바다 쪽으로 길게 형성된 바위 층은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데 흡사 용의 몸통을 연상시킨다.

 

용두암에서 동쪽으로 200여 m 떨어진 한천 하구에는 ‘용의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용연(龍淵)으로 이곳은 과거 선조들이 배를 띄워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음풍영월(吟風咏月)의 무대이자 영주(瀛州·제주의 옛 이름) 12경 중 하나인 용연야범(龍淵夜泛)의 배경이다.

 

용연과 용두암은 2001년 3월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57호로 나란히 지정됐다. 두 곳 모두 용의 전설이 깃든 비경으로 손꼽히는 가운데 지질학적인 가치도 높다.

 

용두암을 구성하는 암석은 아아용암류(aa lava flows)의 특징을 보이며 암석 부스러기인 클링커(clinker)층과 용암 암맥 등이 발달했다. 민오름에서 유출된 아아용암류가 해안까지 흐르는 과정에서 굳어져 형성된 것이다. 아아용암은 비교적 점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흐르는 과정에서 표면과 전면부가 식고 굳어진 탓에 비교적 쉽게 깨진다.

 

이후 용두암은 해안에서 클링커층이 강한 파도에 깎여나가면서 현재 모습을 띠고 있다. 용두암의 바위 표면을 관찰해 보면 붉은색을 띠는 클링커의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용연을 구성하는 암석은 조면안산암으로 현무암에 비해 기공 발달이 빈약하고 광물의 반정(斑晶)도 소량이어서 대체로 치밀하다. 반정은 화산암이나 반심성암(半深成巖)에서 작은 알갱이 모양의 결정 집합이나 유리질 속에 흩어진 반점 모양의 비교적 큰 결정을 가리킨다.

 

또 용연은 수직절리가 발달해 7~8m 높이의 절벽들이 병풍처럼 빙 둘러쳐진 V자 형태의 깊은 협곡을 형성하면서 수려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이 협곡 사이에는 1966년 구름다리가 설치됐다가 1987년 붕괴 위험으로 철거된 후 2005년 4월에 길이 42m, 폭 2.2m 규모로 복원돼 지역 명물로 각광받고 있다.

 

용연은 워낙 아름다운 데다 절벽을 이루는 조면안산암의 표면이 조밀해 조각하기 쉬운 탓에 이곳의 바위에는 마애명이 밀집돼 있다. 대부분 선조들의 탄성 어린 글귀다.

 

신선이 노닐었다 해서 ‘선유담(仙遊潭)’, 협곡 바위가 비췻빛 병풍과 같다고 해서 ‘취병담(翠屛潭)’이란 문구도 새겨져 있다. 용연의 빼어난 풍경을 읊은 시도 여럿 보인다.

 

다음은 그 중 한 편이다. ‘이리저리 굽이진 절벽은/ 신선과 무릉도원으로 통하는 곳인 듯/ 홀연히 바라보니 조각배 떠 오네/ 어쩌면 신선을 만날 수도 있으리.’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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