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 놓기, 두려움 동반...최고 연장자가 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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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이 문화재위원 인터뷰] "사회 공동체에서 어른의 역할 시사해"

“방사탑 쌓기는 마을별 공동체를 지탱하는 원동력을 결집하는 계기이자 척도였습니다.”

 

김순이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69)은 12일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겨 원로와 중진들이 회의를 통해 방사탑을 쌓기로 결정하면 주민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탑을 쌓을 장소에 돌을 하나씩 갖다 놨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마을별 결속력이 비교가 됐다”고 설명했다.

 

방사탑을 쌓을 때 주민들의 동참 정도는 제주 사회에서 “이 마을은 똘똘 잘 뭉쳐”라거나 거꾸로 “저 동네는 가르각석(제각각)이야”라는 세평이 형성되는 중요한 기준이 됐던 것이다.

 

특히 김 위원은 “방사탑의 첫 돌을 놓는 일은 사악한 살기(殺氣)에 의해 죽음에 이를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던 탓에 모두가 꺼렸다”며 “보통 최고령 노인이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나섰는데 마을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어른으로서 선봉에 섰던 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그것은 이른바 어른이란 존재에 대한 신뢰를 확인하고 강화하는 기회였다”며 “오늘날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들 말하는데 지도자급 인사들이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정신이 팔린 채 피곤하고 골치 아픈 일은 회피하는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과거 대표적인 재앙은 젊은 남성의 죽음이었다고 언급한 김 위원은 “남은 아내와 자녀가 곤궁에 처하는 것을 넘어 마을 노동력이 약화되고 자칫 풍기까지 문란해져 공동체를 해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1년에 장정 두세 명 정도가 횡사할 경우 방사탑을 쌓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방사탑 아래 무쇠 솥단지나 놋쇠 밥주걱을 묻은 건 쇠가 귀신을 물리친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솥단지는 생존권 사수에 대한 의지의 상징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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