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관광산업이 최근 호황세를 이어오고 있지만 정작 관광산업 종사자들과 업계에서는 나아진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관광수익이 지역 내 재투자나 종사자들의 임금 상향 등에 쓰이기보다는 해당 기업의 영업 잉여로 흘러가고 있는 데다 이를 지역 내로 선순환시키기 위한 제도 마련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광산업 발전에 따라 늘어나는 수익을 지역으로 환원시키기 위한 선순환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광 분야의 어두운 현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모 관광호텔에 다니는 A씨(28)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는 고객이 들어오면 입실에서부터 체크인까지 담당하는 일명 ‘벨보이’이다. 점심시간 때도 정신없이 손님이 몰려오다 보니 점심을 거를 때도 있다.

 

김씨는 “하루에도 몇십 명의 고객들을 일대일로 상대하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남들보다 심하다”며 “이렇게 일해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기타 수당이나 상여금이 전혀 나오지 않아 박탈감을 많이 느낀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월급은 120만원으로, 상여금이랑 기타수당을 두둑이 챙겨 받는 정규직 평균 임금인 210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

 

그는 열악한 근무 여건이지만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하루하루 묵묵히 일하고 있다.

 

도내 모 외국인 전용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노동자인 B씨(27)는 최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다리부종과 저림으로 고생하지만 10분씩 주어지는 쉬는 시간에도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쉴 수조차 없다.

 

B씨는 “비정규직이라 정규직들이 받는 인센티브는 꿈도 못 꾼다”며 “최근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싶지만 비정규직이라 출산 휴가나 출산 휴가지원금은 전혀 나오지 않아 일을 그만둬야 할지 걱정” 이라고 토로했다.

 

B는 또 “최근 면세점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해 인력을 많이 뽑는 것은 맞지만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급여로 퇴직이 잦은 것도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처럼 도내 관광산업이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데도 정작 도민 근로자와 제주지역 경제 파급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도내 관광산업 분야 고용자 수는 2006년 21만5000명에서 2013년 32만9000명 등으로, 매년 1만7000명꼴로 신규 고용이 창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수치는 같은 기간 농림어업(1100명), 제조업(3700명), 건설업(3400명) 등 다른 산업의 고용 증가에 비해 매우 큰 수준이다.

 

하지만 도내 관광산업의 1인당 연평균 임금은 2013년 기준 1820만원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제조업(2170만원)과 건설업(1900만원)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관광산업 분야 개별기업의 영업 잉여는 2006년 620만원에서 2013년 1970만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해당 분야 종사자의 임금 비중과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도내 관광산업 분야 고용의 절반 정도가 임금이 낮은 데다 일용직 근무자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분석했다.

 

실제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조사한 결과 도내 관광산업의 수익은 2007년에서 2013년까지 연평균 12.6%나 증가했지만 관광산업 수익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54.6%에서 2013년 48.7%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개발과 함께 관광산업 종사자의 상대적 저임금 개선, 관광사업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 등 제주 관광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도내 관광산업에서 창출된 부가가치가 종업원의 인건비나 시설투자보다는 기업 내 영업 잉여로 더 많이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때문에 관광산업 수익이 정작 근로자의 처우 개선이나 지역경제 파급효과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관광수익의 선순환체계 구축 시급

 

도내 관광업계는 급변하는 관광패턴 및 패러다임에 맞춘 행정과 업계의 공동 대응이 늦어지면서 이처럼 관광산업 호황에 따른 수익이 지역경제 파급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대규모 박물관과 미술관, 전시관, 관광지 등을 조성하면서 독자적으로 진행한 후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그때 관광업계에 도움을 청해봐도 경영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는 게 관광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관광업계는 어떤 박물관이나 미술관, 기념관 등 관광 인프라를 건설할 때부터 행정이 전담해서 기획하고 건설하는 구시대적인 방안이 아니라 관광객들의 수요에 맞출 수 있도록 관련 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제주관광공사가 내국인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된 관광업계와의 공조체제를 구축하지 않고 있다 보니 수익 확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관광객 유치를 통한 수익 확대를 위해서는 면세점 위치와 전시 형태, 상품 구성 등을 전반적인 분야에 있어서 관광업계와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 면세점과 함께 중국계 호텔, 식당, 토산품점을 도는 독점체계는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빈 시간에 제주관광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업계와 행정이 힘을 합쳐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관광객의 욕구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갖춘 야시장 개설과 관광 인프라 확대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고경호. 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