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조직개편 서두를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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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은 정책 우선 순위가 바뀌거나, 해당 조직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처방이 필요할 때 이뤄진다. 특히 대통령과 교육감 등 선출직 수장이 바뀔 경우에는 주요 공약 이행을 위해 조직 개편이 이뤄지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지난 6·4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수장이 바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최근 조직 개편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다.

제주대학교 용역팀이 최근 제주도교육청에 제출한 조직 개편에 따른 연구용역 최종안은 본청 인력을 감축하고 남은 인력을 일선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 교육에 집중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이석문 교육감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연구용역 최종안이 나오자 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학교 현장교육 강화라는 명목으로 교사들만을 위한 조직 개편안이라고 주장하며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 교육감이 교원들의 업무경감을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 행정직 공무원들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도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 개편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교사들의 업무를 행정직 공무원에게 전가하는 지금의 조직 개편안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13일부터 도교육청 정문 앞에서 조직개편 반대 1인 시위를 벌이는 것을 시작해 이들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단식투쟁도 이어갈 예정이다.

이같은 갈등은 결국 조직 개편 추진을 위한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발생했다는 게 도내 교육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학교 현장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채 단지 교원업무 경감에 맞춰 용역이 진행되면서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의 반발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감 공약 이행을 위해 한시 조직으로 설치된 제주희망교육추진단도 교육청이 발주한 조직 진단 용역 최종안에 일선 학교 조직과 업무 분장에 따른 세밀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3000만원을 들여 약 3개월 만에 이뤄진 ‘졸속 용역’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지만 제주희망교육추진단이 교육청 조직 진단과 별도로 학교 시스템 진단을 위한 용역을 추진했던 것도 용역이 졸속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용역팀도 용역 보고회에서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선 학교 현장 시스템을 분석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교사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데 있어 일방적으로 교육행정직 공무원들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

조직 개편 자체보다는 운영 시스템을 바꾸고 내용을 채우는 게 더 중요하다.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내부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청 조직 진단을 위한 최종 용역안이 나왔지만 이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학교 현장 교육의 양대 축인 교사와 교육행정직 공무원, 학부모,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조직 개편안이 나올 때까지 서두를 이유가 없다.

교육감 공약 이행만을 위한 일방적인 조직 개편이 진행된다면 파국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교사와 교육행정공무원 등 내부 구성원은 물론 학부모, 전문가 등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조직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조직 개편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분란의 불씨가 될 뿐이다.
<김문기·교육체육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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