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퇴하는 원도심 문제가 제주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시도됐지만 오히려 주민 갈등을 유발하고 실망감만 안겨줘 온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고 있다. 기존의 재개발 위주의 방식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 주민들의 삶이 공존하는 도시재생이 주목받고 있다. 【편집자 주】
▲원도심 패러다임의 변화=그동안 원도심 활성화는 도시 재개발에 무게가 실려져 왔다. 하지만 도시 재개발의 경우 행정기관은 건폐율과 용적율, 고도 완화와 같은 법규 정비에만 관여할 뿐 특별히 공공성을 갖는 사업 추진에는 많은 관심을 쏟지 않았다.
결국 민간개인과 건설사 간의 협의 통해 재개발이 추진됐고 당연히 개발이익을 위한 사업에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 도시의 경쟁력과 직결된 지역의 이미지와 가치, 지역의 역사와 문화, 주민 삶의 질은 과도한 개발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떠오르고 있는 도심 활성화 방안이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과거 도시 재개발과는 달리 주거, 상업, 업무의 복합적인 용도를 담은 개발 뿐 아니라 예술, 문화 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물리적인 재개발을 넘어 지역경제의 재건, 지역문화의 부흥, 새로운 도시 생활양식을 구축하려는 시도에 초점이 맞춰진다.
▲도시재생을 통해 살아난 도심=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은 구도심 고지대의 서민층이 밀집된 낙후지역이었지만 독특한 장소성과 주민 공동체를 중심으로 마을의 원형 보존과 문화적 재생을 통해 창조적 재생마을로 거듭났다. 감천문화마을은 계단식 주택, 모든 길이 통하는 골목길,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며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지 오래다.
연간 500만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은 지역적 자원을 활용한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다. 또 청주에서는 옛 연초제조장과 쇠퇴했던 상가에 역사와 문화가 접목되며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의 성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울산 중구, 경남 창원시, 충북 청주, 군산시 명월동 등도 도시재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전주시 도시재생사업단 관계자는 “전주 한옥마을은 10여 년 전부터 지역 자산인 한옥을 특화시켜 자원화했다. 주민이 참여해 특화 자원을 발전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한옥마을도 10여 년의 과정을 거쳤다.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 원도심의 잠재력=제주시 원도심은 과거 제주의 중심지로 역사 문화 자원의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다.
관덕정과 목관아지, 제주향교, 삼성혈 등 국가지정문화재가 4개, 제주도지정문화재가 35개나 밀집돼 있다. 문화예술자원을 활용한 지역 발전과 관광객 유치 등에 필요한 우수한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예술자원을 활용한 지역 발전 및 관광객 유입 등의 우수한 여건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도 도시재생사업을 국정과제로 정해 다양한 정책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에 포함되지 못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민선 6기 제주도정은 원도심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으로의 정책 변화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 특성에 적합한 도시재생의 개념을 정립하고 차별화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지 못할 경우 또 다시 계획만 있고 실천은 없는 과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