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입시부터는 수능과 내신이 9등급화됨에 따라 이전처럼 세밀한 변별력을 갖기 어렵게 되었다. 그에 따라 각 대학에서는 논술이나 면접, 인성·적성검사 같은 대학별고사를 강화하여 나름의 변별력을 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특히 대학별고사의 중핵을 이루는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크게 늘었으며, 논술고사의 반영률 또한 대폭 증가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변별력의 중심을 논술고사에 두다 보니 대학별로 출제 유형이 상이하고 난이도 또한 예전보다 높아진다는 점이다.

더욱이 해석이 분분한 통합 교과형 논술고사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금, 수험생과 학부모가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통합 교과형 논술의 기초에서부터, 심화, 실전에 이르기까지 수험생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핵심 내용을 2008학년도 입시 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연재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능 시험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영역별 필수 내용까지 점검함으로써 2008학년도 입시 준비의 이정표를 세우고자 한다. [편집자주]



■논제파악의 주요원리

논제 파악의 주요 원리는 크게 세가지다. 문항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첫째이고, 논의 대상간의 비중을 정하는 것이 두번째다. 그리고 추상적인 논제는 구체적인 것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1.문항과 유의사항 꼼곰히 살펴야

출제 의도를 파악하는 1차적인 자료는 문항이다. 문항에는 논제가 무엇인지가 직접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따라서 주어진 문제의 문구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출제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의 사항까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유의 사항에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라든지, 특정 관점과 관련하여 논의하라든지, 일정한 형식으로 글을 쓰라든지 등의 논제를 다루는 세부 조건이 설정되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건들이 모두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코 출제 의도에 맞는 글을 쓸 수 없다.

예를 들면 제시문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비판해야 한다. 더불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2.다뤄야할 논의 대상간 비중 정해야

모든 논제를 다루어야 하지만 똑같은 비중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논술 문제는 중점을 두어 다루어야 할 논제(주 논제, 핵심 논제)가 있는 반면, 그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논제(부 논제, 부수 논제)도 있다.

따라서 주 논제에는 큰 비중이, 부 논제에는 다소 적은 비중을 할애하는 것이 출제 의도를 적절히 반영하는 길이 된다. 주 논제와 부 논제를 구별하는 것은 문제의 취지, 즉 출제 의도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원인’과 ‘해결 방안’을 물어 보는 문제라면 이 경우 좀더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할 부분은 ‘해결 방안’이다. 본론의 70%를 ‘원인’ 규명에 할당하고 본론의 30%를 ‘해결 방안’에 할애했다면 고득점하기 어렵다.

참고로 논술문의 논의가 주제를 향해 일관되게 발전된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핵심 논제는 문제의 마지막 단계에 제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3.추상적 논제는 구체적인 것으로

‘공통 주제를 말하는 것’,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설명하는 것’, ‘주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는 것’의 세 가지 논제 중, 첫째와 둘째를 이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논제이다.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한 출발은 주제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추상적인 논제를 구체적인 논제로 바꿔 이해하는 것은 긴요하다.

이는 글감을 마련하는 작업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출제 의도를 좀더 적절하게 반영하는 첩경이 되기 때문이다.



■제시문 분석의 주요원리

제시문을 분석함에 있어 네가지 사항에 주목해야 한다.

논제와의 관련성, 핵심내용, 제시문의 취지, 자료의 다양화가 그것인데 이를 살피면 다음과 같다.



1.논제와의 관련성 염두에 둬야

고전의 전체적인 특징은 하나의 의미로 사회에 받아들여진다.

예컨대 조지 오웰의 1984년은 정보화의 진전으로 인한 통제 사회의 출현 가능성을 경고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2000학년도 중앙대학교 논술고사에서는 1984년 중 ‘신어(新語) 사전의 편찬’ 부분을 발췌하여 언어의 변형 현상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이처럼 제시문에 대한 선입견에 무조건 집착해서는 안 되며, 그때 그때의 논제를 염두에 두고 융통성 있게 활용해야 한다.



<실전 연습1> 다음 두 글은 생 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일부이다. 두 글에서 엿볼 수 있는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찾아보자.

(가) “아니야. 난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라는 게 뭐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건 너무 잘 잊혀지고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만든다’는 뜻이야.” 여우가 말했다.

“관계를 만든다고?”

“그래” 여우는 말했다. “넌 아직은 나에겐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난 너에겐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나는 너에겐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꺼야…….”



(나) “그건 참 그래. 그런데 별을 가지고 무얼 해?”

상인이 말했다. “그걸 관리한다. 그 별들을 세구 또 세구 하지. 그건 어려운 일이야. 그러나 나는 착실한 사람이다.”

어린 왕자는 그래도 만족하지 않았다.

“나는 말이야. 목도리가 있으면 그걸 목에 두르고 다닐 수가 있어. 또 꽃이 있으면 그걸 따서 가지고 다닐 수도 있어. 그렇지만 아저씨는 별을 딸 수는 없지 않아?”

“응, 하지만 나는 그것을 은행에 맡길 수가 있다.”

“그건 무슨 말이야?”

“조그만 종이 쪽지에다 내 별의 수를 적어서 서랍에 넣구 잠근단 말이다.”

“그뿐이야?”

“그뿐이지!”



2.핵심내용에 주목해야

핵심 내용이라 함은 제시문의 여러 내용 중 논제와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라’는 논제라면, 제시문 중 ‘원인을 직접 보여 주거나, 적어도 원인으로 발전시켜 논할 여지가 있는 내용’을 말한다. 한편 논제와 관련하여 핵심을 뒷받침해 주는 내용을 세부 내용이라 한다.

이때, 세부 내용은 핵심을 쉽게 풀어 설명해 주는 것이 될 수도 있고, 핵심을 뒷받침해 주는 구체적인 근거가 될 수도 있으며, 그와 관련된 실제의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이와는 반대로 핵심 내용과는 반대의 취지를 담음으로써 오히려 핵심 내용을 차별화하여 돋보이게 하는 내용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부 내용에 현혹되어 정작 중요한 핵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실전에서 커다란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대체로 핵심 내용은 제시문의 서두(두괄식 구성)나 마지막(미괄식 구성)에 있는 것이 보통이나 문제에 따라서는 예외도 있음을 염두에 두자.



3.모든 제시문의 취지를 글에 담아야

모든 제시문의 취지가 글에 반영되어야 하며 한두 개의 제시문에만 근거해 글을 쓰는 것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문항이 여러 제시문의 견해를 모두 반영하는 방향으로 주장을 펼 것을 요구한 경우에는 당연히 모든 제시문의 취지가 글에 담겨야 한다.

이와 함께 어느 하나의 견해에 찬성하여 주장을 펼 것을 요구한 경우라도 자신이 택한 제시문의 견해만을 시종일관 지지하는 논의를 펴기보다는 상대 견해를 논박하는 과정을 통하여 주장을 펴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상대 견해를 담은 제시문까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4.다양해진 자료를 활용해야

글 위주의 자료에서 그림, 도표, 사진, 그래프 등 발췌되는 자료가 다양해졌다.

자료의 다양화는 지원자의 해석력, 응용력, 다각적인 사고력을 평가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자료는 대개 특정 사회 현상의 일면을 드러낸다.

자료에 나타난 추세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또한 그 속에 숨어 있는 함의를 찾아야 한다.

<이기택 1318논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