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대처가 초래한 제주 광어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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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세 거듭에 밀식 양식·환경 악화·질병 발생 대책 마련은 뒷전
생산량 저하·각종 비용 부담 증가 등 구조적 문제 알면서 방치
친환경 양식시스템 통한 질적 성장 전략 마련이 근본적 해결책

“수지타산이 맞냐고요?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계속 납품하면서 빚만 늘고 있습니다.”

 

제주시 구좌읍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말부터 광어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매달 사료값, 약품비, 전기세, 인건비, 보험료, 정책자금 대출 비용 등을 지불하는 데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는 곧 업체를 경영하는 데 있어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 A씨 역시 도산을 우려하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A씨는 “최소한 ㎏당 1만원은 받아야 그나마 양식장에 들어가는 필수 경비가 충당된다”며 “양식장마다 가격을 더 낮추는 덤핑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외형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제주 광어 양식 산업의 ‘날개 없는 추락’이 지속되면서 업계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도내 양식업계에 따르면 양식장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달 동안 광어 양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3306㎡(1000평)당 평균 5500만~6000만원으로, 이 곳에서 5800㎏ 정도의 광어가 출하되고 있다.

 

이는 단순 계산으로 ㎏당 광어 가격이 8000원과 9000원이었을 때 한 달간 각각 4640만원, 522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결과가 도출돼 출하 가격 마지노선이 1만원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격 부진의 장기화로 일부 업체에서는 5억~10억, 많게는 15억여 원까지 부채가 쌓이는 등 올 연말까지 도산 업체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세계일류상품의 예고된 위기=지난해 제주 광어 생산액은 2663억원(생산량 2만3003t)으로, 전국 생산액(4349억원)의 61.2%를 차지했다.

 

특히 3348t(4762만3000달러)을 수출해 전국 광어 수출량의 95.3%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식어종으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제주 광어 브랜드를 ‘세계일류상품’으로 육성할 정도로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제주 광어가 소비시장에서 굳건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많다는 것은 이미 인지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격 파동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인 지난해 3월 제주어류양식수협 주최로 열렸던 워크숍에서도 일부 양식장의 밀식 양식과 20년 이상 낡은 시설 등으로 인한 사육 환경의 악화, 난치성 질병 발생 빈도가 높아진데다 이로 인한 항생제 과다 사용, 폐사량 급증 등 구조적인 문제점이 지적됐다.

 

밀식 양식은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광어를 키우는 방식으로, 광어가 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몰려 있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등 여러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면서 폐사량이 급증, 생산량 저하와 함께 각종 비용 부담으로 업체의 생산원가를 높이는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도내 양식 광어의 폐사량은 327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5%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출하량(1만1310t)의 29%를 차지, 10마리 가운데 3마리꼴로 폐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제주특별자치도나 양식업계 모두 건강한 양식어종의 사양 관리 등 양식업계의 친환경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에는 손을 놓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는 2011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양식 5개년 계획 추진을 선포한 후 2015년까지 광어 양식 친환경 인증업체 200개소 육성을 내걸었으나 실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양식업체는 모두 8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양식업체들이 올해 인증서를 반납하면서 실제 인증을 받은 양식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또 2015년까지 광어 생산 4만t과 수출 8400t을 달성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생산량과 수출량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결국 안일한 대처가 사태를 키운 셈이다.

 

▲안전성 확보에 행정·양식업계 승부 걸어야=30년의 세월동안 도내 양식산업은 별다른 위기 없이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1985년 첫 선을 보인 광어 양식장은 2000년 210개소, 2005년 260개소, 2010년 311개소로 급증한데 이어 지난 6월말 현재 352개소까지 늘어났다.

 

그동안의 황금시기가 먹을거리에 대한 시대적 트렌드인 ‘안전성’ 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이어지면서 결국 위기를 불러온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 광어는 다른 지역보다 더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양식과정에서의 불투명과 소비자들의 품질에 대한 염려 앞에서 조그마한 충격에도 외면 받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로 꼽히고 있다.

 

도내 양식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최근 제주도에서 밝힌 수매를 위한 조례 제정 등은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땐 제주 광어의 경쟁력 자체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질병 관리 체계 마련 등 도내 양식장이 친환경 양식 시스템을 갖춰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단계적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식업계도 적정 수준 사양 밀도 유지 등 제주 광어가 안전하고 품질이 좋다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구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용옥 제주광어주식회사 대표는 “관건은 과연 도내 업체들이 자구책을 시행하는데 있어 모두 동참해 줄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라며 “이 부분에 있어선 행정당국이 전문가집단, 양식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치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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