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없는 일반호텔...수익률 의문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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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과열 따른 투자자 피해.숙박업계 출혈 경쟁 등 우려 높아져
“제주 수익형 호텔 분양…실투자금 5000만원 대로 10년간 10% 이상 임대수익 확정 보장합니다.”

최근 서울 중심가 등에 모델하우스를 열고 치열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도내 분양형 호텔들은 이 같은 파격적인 내용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 10% 이상 수익 확정 보장’이라는 고수익이 개인 투자자들을 혹하게 만드는 핵심 메리트다. 최근 3% 대로 떨어진 은행 금리와 5% 안팎의 수도권 오피스텔 수익률 등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수도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고수익 확정의 유혹 뒤에는 위험도가 높은 리스크도 함께 숨어 있다. 분양형 호텔은 일반숙박업상 호텔로 흔히 생각하는 관광호텔과 엄연히 달라 확정 수익의 실현 가능성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도내 관련업계에서는 시장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와 함께 관광숙박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면서 행정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주문하고 있다.

▲무궁화 표시 못하는 분양형 호텔=도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분양형 호텔 18곳(객실 규모 총 4981실)을 확인한 결과 모두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으로 분류돼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분양되는 일반 숙박시설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진흥법상 관광호텔이 아니기 때문에 특급 등의 등급 결정에 따라 매겨지는 ‘무궁화’는 아예 표시하지 못한다. 흔히 얘기하는 고급 관광호텔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하지만 분양형 호텔마다 세계적인 대형호텔 이름을 내걸며 체인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면서 고급호텔이라는 이미지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광고 내용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현혹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관광호텔은 법적으로 분양이 금지되며 객실 규모 등의 등록기준에 맞춰야 하지만 분양형 호텔은 규모 제한 없이 숙박시설로 건축허가를 받아 분양 가능하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관광호텔에서는 특1급 등 등급이 높을수록 객실 가동률이 높고 운영도 안정적”이라며 “이에 반해 일반호텔은 상대적으로 객실 가동률이 낮은데 분양형 호텔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수익의 유혹, 함정은 없나=호텔 객실별로 분양해 투자자에게 운영 수익을 돌려주는 분양형 호텔들은 1억원 안팎의 적은 투자금액으로 연간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제주인 경우 지난해 관광객 1000만명 돌파에 이어 올 들어서도 중국인 관광객 폭증세 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까지 밀려들어 숙박시설이 부족한 시장 상황이 맞물리면서 분양형 호텔에 대한 투자 메리트 및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분양형 호텔들이 제시하는 10% 이상의 확정 수익률의 지속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확정 수익률은 객실 가동률과 이용률에 따라 좌우되는데, 대부분 업체에서 적용한 80% 안팎의 객실 가동률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도내 관광숙박업의 객실가동률(2012년 기준)만 해도 특1등급 82.1%, 특2등급 76.8%, 1등급 82.2%, 2등급 63.7%, 3등급 51%, 등급 미정 49.4% 등으로, 전체 평균치가 70% 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객실가동률은 지난해 활황세에 힘입어 더욱 높아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관광호텔이 아닌 일반호텔의 객실 점유율이 80% 안팎이라는 산정 기준은 현실보다 높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중개업계 관계자는 “분양형 호텔에서 제시하는 수익률을 살펴보면 시장 상황과 동떨어져 지나치게 높게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확정 수익률 보장 역시 분양가에 이미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피력했다.

▲관광업계 부정적 영향 미치나=관광업계에서는 관광숙박업 폭증세에 이어 일반숙박업인 분양형 호텔의 공급 물량이 5000실 가까이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객실 가동률 하락과 출혈 경쟁에 따른 수익성 둔화 등의 후유증이 발생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

관광호텔을 비롯한 관광숙박시설인 경우 2012년 6588실(94개소), 지난해 7520실(137개소), 올 들어 지난달말 현재 5343실(58개소) 등 2년 7개월 새 1만9451실(289개소)이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말 현재 관광숙박시설 1만6255실보다 많은 수준으로, 제주도의 숙박시설 수급 분석 결과 3~4년 후에 공급 과잉이 우려되면서 노후 숙박시설 휴식년제 등의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양형 호텔 공급 물량까지 급증할 경우 객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덤핑 경쟁이 심화돼 결과적으로 전체 숙박업계의 경영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도내 호텔 총지배인 A씨는 “펜션과 골프장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분양형 호텔 급증세는 좋은 현상이 아니며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일부 업체인 경우 호텔 경영 노하우 등의 전문성이 취약한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발전연구원 B연구위원도 “지금 시점에서는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관광 및 일반 숙박시설이 크게 늘어나는 3~4년 뒤에는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텔 입지와 전문업체 운영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섣부른 투자는 삼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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