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땅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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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들과 모인 자리에서 한 분이 일면식도 없는 다른 지방의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시골에 있는 손바닥만한 조상전을 거론하면서 팔 의향이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그 분이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고 말하자 다른 분들도 이 같은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요즘 제주의 땅은 투자자는 물론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이들에게 빈번하게 거론되는 주요 화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내 농촌지역에는 방치된 빈 집이 폐가가 돼 골칫거리였지만, 이제는 이 같은 빈 집을 보기가 어렵게 됐다. 폐가조차 귀농의 터전이자 투자의 대상이 된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시장도 뜨겁다. 감정가 130만원인 토지가 1500만원에 낙찰되고, 바닷가의 한 토지에는 첫 경매에서 54명이 몰려 감정가의 4배가 넘는 가격에 새 주인이 결정되는 등 올 상반기도 도내 토지 경매 낙찰률과 경쟁률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관심은 국내 투자자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올 1분기 외국인이 보유한 도내 토지 면적은 1106만3512㎡에 이른다.
중국인들은 322만948㎡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사들인 373만8035㎡에 이어 두 번째 규모지만, 투자금액에서는 2311억45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최근 방한했던 중국기업대표단 일행 중에서도 제주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밝히는 등 중국인들의 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 땅에 대한 관심은 그만큼 제주가 매력적이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세수 확충과 신규 고용 창출 등 발전을 위해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자본의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따라서 누가 얼마만큼의 제주의 땅을 소유하는가 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문제는 과거 제주의 경험와 외환 위기 이후 론스타의 이른 바 ‘먹튀’ 논란에서 보듯 본래의 사업 목적과 달리 다른 곳에만 관심이 있는 투기 자본과 각종 개발사업과 이권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특혜 의혹에 있다.

 

사실 제주 땅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시계추를 조금만 되돌려 1970~1980년대로 가보자.
땅을 놓고 볼 때 당시는 감귤산업과 관광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다른 지방의 사람들의 매점현상이 시작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관광지 땅은 부가가치가 높다’는 기대 심리로 웬만한 자본가들은 유휴 자본을 제주도에 투자해 보겠다는 경향이 전국적으로 팽배해지면서 1970년대부터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이들의 손에 장악되기 시작했다.

 

1989년 다른 지방 사람들이 도내 전업 및 기업목장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6910㏊와 마을공동목자의 5%인 9군데 583㏊를 소유했다.
이들은 축산에는 관심이 없었다. 제주도가 골프장 육성 움직임을 보이자 기다렸다는 듯 10여 명이 신청하는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당시 신문은 피서도 즐기고, 땅도 사고, 돈도 버는 신종 바캉스 부동산 투기까지 등장해 이른바 복부인들이 가족들은 해수욕을 즐기는 동안에도 중개상과 매물을 확인하기 위해 도내 곳곳을 원색의 차림으로 누비는가 하면 미리 서울에서 계약한 후 피서 겸 현장 확인을 벌이는 피서꾼들로 여름철이면 산업도로 등 주요 도로변이 붐빈다고 전하고 있다.

 

요즘도 올레길을 따라 제주의 실핏줄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과연 이런 곳에도 건축 허가가 가능할까 하는 시설물들을 접하게 된다. 구태여 올레길을 찾지 않아도 차를 타고 돌아다니다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시설물이 여럿이다.

도민들에게 제주 땅은 잘 가꿔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드림타워 논란 등 각종 개발사업에서 보듯 대상자의 국적과 지역,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무엇보다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불가피하게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면 도민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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