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제주에 정착하면서 언어의 차이로 인한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고 자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어는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결혼이주여성들이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고 나면 한국어 외에도 고향의 언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생긴다. 결혼이주여성들이 바로 우리가 부러워하는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와 모국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활용해 관광통역안내사에 도전한 결혼이주여성들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가 개최한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과정에 참여한 결혼이주여성들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관광통역안내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통역분야의 유일한 국가공인자격증으로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여행을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소지해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이드 활동을 할 수 있지만 최근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중국과 동남아권 관광통역안내사가 부족, 무자격 가이드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처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국과 동남아권 관광통역안내사를 배출하고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과정이 마련된 것이다.

 

이번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과정에는 모두 51명의 결혼이주여성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출신 국가별로는 중국이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7명, 태국 5명, 러시아 4명, 일본 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9일 오전까지 관광학개론, 관광법규, 스토리텔링 기법, 친절서비스 등 관광안내 실무교육을 받았다. 이어 지난 9일 오후부터 12일까지 항파두리, 제주4·3평화기념관, 제주목관아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만장굴 등 도내 대표적 관광지 15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실습을 실시하는 등 6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이번 교육은 관광통역안내사가 갖춰야할 기본 소양을 배우는 것은 물론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회가 됐다.

 

지난 11일 오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에서 관광안내 현장실습에 열중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났다.

 

그녀들은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의 전문 가이드 강사가 알려주는 관광안내 기법들을 하나라도 놓칠까봐 일일이 수첩에 받아 적고 있었다.

 

만장굴의 특성과 지질학적 가치, 발굴 역사에 대한 강사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의 눈빛에서 미래의 국제관광 전문 가이드를 꿈꾸는 열정이 느껴졌다.

 

이날 만장굴에서 만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이혜원씨는 “관광통역안내사 양성 과정의 교육을 통해 4·3사건과 삼성혈에 얽힌 고양부의 전설 등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며 “고향의 관광객들이 내도하면 제주에 대해 잘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씨는 이어 “가이드 경력이 쌓이면 제주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도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관광안내를 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주와 베트남의 문화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태국 출신인 난타카씨는 “한국인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설명을 할 때 전문용어를 너무 많이 사용해 이해하기 힘들다”며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는 쉬운 안내로 관광객들의 이해를 돕겠다”고 밝혔다.

 

난타카씨는 이어 “같은 관광지에 대한 설명이 가이드마다 달라 헷갈릴 때가 많다”며 “전문 교육을 이수한 만큼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관광통역안내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양성 과정을 통과한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에서 관광학개론과 관광법규 평가를 면제받으며 국사와 관광자원해설 분야만 시험을 치르게 된다. 관광통역안내사 필기시험은 오는 9월 20일 실시되며 면접은 11월 15, 16일 치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