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제주도를 아십니까
당신은 얼마나 제주도를 아십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섬으로, 면적은 1848.5㎢다. 제주도 본섬을 포함해 8개의 유인도와 55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난데없는 제주도 공부가 시작됐다. 발단은 외국의 지인이 보낸 한 통의 이메일이었다. 현지인들에게 제주를 알릴 기회가 생겼는데 1시간 정도 강의할 수 있는 자료를 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제주에 살면서 나름대로 제주를 알고 있다고 여겼기에 쾌히 승낙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짧게는 몇 시간, 길게 잡아도 1~2일 정도면 자료 수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도 한몫했다.

그런데 자료를 검색하고 관련 도서를 살피기 시작하자 진도를 제대로 나갈 수 없었다.

우선 인터넷 검색 정보는 단순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쓸 만한 것들은 곳곳에 산재해 있어 원하는 것을 찾기가 어려웠다.

여기에다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피상적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돌출했다.

제주가 자랑하는 유네스코 3관왕 가운데 하나인 세계지질공원은 전문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내 자신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 세계자연유산 가운데 지하에 있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역시 대부분 실물을 볼 수 없다.

오히려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이야기하자 남아공의 테이블산을 가 본 상대가 “도움이 클 것”이라고 말해 ‘체감 홍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더 큰 문제는 비좁아만 보이던 제주가 너무 넓고 크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대학시절과 군대생활을 빼고는 오로지 이곳에 살아왔기 때문에 제주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는데, 실제로 내가 아는 것은 제주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신들의 고향’이라고 말하는데 과연 제주의 1만8000 신(神)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도보여행의 대세가 된 올레길 외에도 둘레길, 순례길을 비롯해 제주 곳곳을 이어주는 힐링의 숲길을 얼마나 걸어 보았는가. ‘섬 속의 섬’들은 또 어떤가.

직장과 가정을 오고가는 사이에 새로 생겨 가보지 못한 관광지가 한 둘이 아니었고, 이름도 생소한 박물관·미술관·체험관이 줄을 잇는다. 이게 내가 살고 있는 제주란 말인가. 이번 기회에 한번 훑어보는 신화와 역사도 새롭다.

제주섬을 빚은 설문대 전설, 탐라국이 생겨난 개국 신화, 몽골의 침략과 유배지의 설움, 이재수의 난을 비롯한 선조들의 고통, 지금까지 선명히 남아있는 일제 침략의 상흔, 한국 현대사 최고의 비극인 4·3….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만큼 느낀다’는 말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면서 어찌어찌 자료는 만들어졌고 지인에게 전달됐다. 얼마만큼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지만….

얼마 전 상대방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1년의 절반 정도를 제주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인 그는 강연에서 이렇게 결론지었다고 한다. “제주는 2~3일 반짝 여행하는 곳이 아니다. 올레길도 걷고, 거친 바닷바람도 마주하고, 오름도 올라봐야 한다.”

제주는 천혜의 수려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이제 국민관광지를 넘어 국제관광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이미 넘어섰고,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이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과연 얼마만큼이나 제주를 알고 그 가치를 느끼고 있을까 하는 물음에 섣불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애정과 관심은 제대로 아는 데서부터 출발하고, 그로부터 자부심도 우러난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비로소 눈을 뜨게 된다.

‘내 고향 제주에 대한 바로알기’가 지금부터라도 시작돼야 하는 이유다.<홍성배 편집부국장 대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