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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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인들은 동굴 안에 오물이 쌓이고 공간이 비좁아지면 다른 동굴을 찾았다. 농경시대에 오물은 거름으로 활용됐다. 도시화가 진행되고 오물의 유기적 순환이 더뎌지면서 오물은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됐다.

중세 유럽 도시의 주택가를 걷다 보면 ‘오물 벼락’을 맞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프랑스 루이11세도 어느 학생이 내버리는 요강 물을 머리에 맞았는데 이런 상황에 익숙한지라 대학생을 벌주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공부했다며 금일봉을 하사했다고 한다.

중세 도시 도로는 가정에서 버린 생활하수를 비롯해 배설물, 말똥 등이 뒤섞인 진흙탕 천지였다.

이처럼 오물과 쓰레기로 뒤덮인 거리를 걷기 위해 당시 사람들은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는 게 유행이었다.

당시 통치자들의 노력에도 쓰레기는 길거리에 방치됐다.

이 시기는 쓰레기 역사의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자연의 순환에 맡겨졌던 쓰레기가 급격한 인구 증가와 함께 인간의 제어를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세 유럽 도시에서 생활은 곧 ‘쓰레기와의 전쟁’이었던 셈이다.

유럽의 오물 수거는 위생관념이 뿌리내리기 시작한 18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6일부터 최근까지 제주시 곳곳에 조성된 클린하우스에 배출된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쓰레기 처리가 지연되면서 악취가 발생하면서 도심지 미관을 해침은 물론 시민들의 불편도 가중됐다.

산북소각장 주민지원협의체의 쓰레기 감시가 강화된 이후 종량제 봉투에 담기지 않은 가연성 쓰레기의 경우 반입이 금지되고, 재활용 쓰레기도 품목별 엄격한 분리 작업이 이뤄지면서 배출된 쓰레기에 대한 신속한 처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그동안 매립장과 소각장에 반입되는 쓰레기 성분에 대한 감시가 너무 느슨히 이뤄졌음을 반증한다.

제주시 관계자도 “그동안 매립장 반입이 금지된 쓰레기가 매립되고, 소각장 반입이 금지된 쓰레기가 소각되는 사례가 암묵적으로 이뤄지면서 소각장 시설 가동능력이 떨어지고 매립장 포화 시기가 앞당겨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다행히 읍·면·동 자생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쓰레기 분리배출 캠페인과 무단투기 단속이 강화되면서 지난 5일부터 쓰레기 처리 문제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쓰레기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거나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무단투기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쓰레기 대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와 관련, 김상오 제주시장은 최근 호소문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가 소각되거나 매립되면서 소각시설과 매립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쓰레기 분리배출과 종량제 봉투 사용을 당부하기도 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이번 ‘쓰레기 대란’ 사태는 보다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번 사태에 대해 쓰레기 배출량에 대한 예측조사를 통한 처리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지 못한 행정당국의 책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철저한 분리배출과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시민들의 책임이 크다.

프랑스의 공공쓰레기처리 전문가인 카트린 드 실기는 ‘쓰레기, 문제의 그림자’라는 저서를 통해 “가장 좋은 쓰레기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인간의 재능과 상상력으로 쓰레기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인류는 지구를 훼손하는 이 현대의 역병을 극복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정하고 쾌적한 환경을 누리는 것은 결국 우리 인간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김문기 사회2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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