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보호수를 찾아서] 인고의 세월속에 핀 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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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월평동 팽나무
‘이리도 기쁠 수 있을까’

나무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하천을 앞에 두고 지은 개인주택 앞마당에 자리잡은 나무는 큰 길가에서부터 한눈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송악 줄기와 일엽초, 이끼로 옷을 입은 나무는 자연이 만든 하나의 거대한 ‘분재’였다.

가슴벅찬 감동과 기쁨에 들떠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연이 앞마당에 선물한 거대한 ‘분재’를 매일 볼 수 있는 집주인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 흔한 상처하나 없이 곱게 자라준 나무에 감사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나무와의 만남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주변 잡풀속에서 철지난 모기떼의 공격도 참을만 했다.

겪어온 세월의 깊이를 이야기하듯 느릿하면서도 힘있고 웅장한 선으로 이어지는 나무의 줄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대략 400살로 추정되는 이 팽나무는 키 18m, 가슴높이 둘레 4m로 높이 5m 부근에서 커다란 줄기로 나눠졌다.

오래된 나무에서 수없이 봐 왔던 생채기 하나 없이 곱게 자란 몸통이 한층 돋보였다.

더더욱 나무가 자랑스러운 것은 400살을 살고도 왕성한 생식능력이 있다는 사실이다.

콩알만한 열매들이 가지마다 수없이 매달려 있는 모습은 앞으로도 1000살이 넘어도 꿋꿋하게 살아갈 것만 같은 믿음을 준다.

굵은 가지에서 중간가지로, 중간가지에서 다시 잔가지로 각자 갈라져 주위를 온통 그늘로 만든 나뭇가지 뻗침은 가히 예술이다. 가지가 워낙 넓게 퍼져나간데다 잎이 무성하게 달려있어 오싹한 한기마져 느껴질 정도다.

늘푸른 덩굴나무인 송악과 일엽초에 자리를 내주는 미덕까지 갖춰서 그런지 건강미가 물씬 풍기는 나무가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나무는 덕을 지녔다. (…중략…)좋은 친구라 하여 달만을 반기고, 믿지 못할 친구라 하여 새와 바람을 박대하는 일도 없다. 달은 달대로, 새는 새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다 같이 친구로 대한다. 그리고 친구가 오면 다행하게 생각하고, 오지 않는다고 하여 불행해하는 법이 없다.’(이양하의 ‘나무’중)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알고, 덕을 지닌 나무를 사람에 빗대어 ‘휼륭한 견인주의자요, 고독의 철인이요, 안분지족의 현인’으로 추켜세운게 결코 과장이 아님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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