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고 혁명과업 완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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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광고에 담긴 제주의 모습
“다방 ‘카네이션’은 집을 새로히 꾸리고 기분을 새롭히기 위하여 이름까지 ‘鄕愁’라 새로히 붙이고… 濟州新報社 앞으로 나앉아! 오늘부터 여러분을 맞으려고 합니다. 커피는 족히 여러분의 심신의 위안제가 될 것을 자처 하오니….”

1952년 7월 제주일보(당시 제주신보)에 실렸던 다방 개업 광고이다. 전방에는 치열한 공방전이 한창이던 한국전쟁. 최후방 제주에는 ‘다방에 와서 커피를 마셔달라’는 한가한(?) 광고가 신문에 실렸다. 전쟁통에 엄격한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했을 시절 같지만 요즘과 마찬가지로 신문 하단에는 소비자를 끌기 위한 다양한 광고가 선보였다. 긴박한 전황을 알리는 뉴스가 실린 신문 지면의 윗도리와 마찬가지로 아랫도리인 광고면에도 당시 사회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신문에 한정됐던 제주지역의 경우 당시 신문광고도 뉴스와 마찬가지로 정보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또 신문광고는 경제구조와 사회문화를 반영하는 역사적인 텍스트이기도 하다 1950∼1960년대 제주일보에 실린 광고를 통해 당시 사회상을 알아본다.

‘영·수 특별 강좌. 고등학교 입시준비반·대학교 입시준비반, 실력보충반도 운영.’

요즘 신문 전단지의 단골 손님인 학원 광고 같지만 1952년 7월 28일자 제주일보에 오늘날 교육열 못지 않은 광고가 등장했다. 중학생 수강생이 강의를 들을 경우 입학시험시 해당과목 시험 면제라는 ‘특전’도 소개됐다.

오현고등학교 명의로 실린 이 광고는 당시 도내 학생과 제주에 피난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여름방학을 맞아 며칠간 게재됐다.

전시였지만 당시 제2대 대통령 선거전도 신문 광고를 뜨겁게 달궜다.

‘멸공전쟁을 완수하여 국토통일을 달성하자’는 구호를 앞세워 여당 후보인 이승만 박사를 재선시키자는 광고가 연일 실렸다.

이밖에 간혹 의원이나 식당을 소개하는 광고가 실렸지만 일반 소비재 광고는 찾아볼 수 없어 어려웠던 전시 경제상황을 짐작케 한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비재 광고는 1960년대 들어 대거 등장한다.

특이할 것은 제약회사의 약품 광고와 주류회사의 술 광고가 주종을 이뤘다는 점이다.

‘건강을 챙기자’는 광고와 반대로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광고가 대결하는 셈이었다.

1961년 당시 4면을 발행했던 제주신보 11월 13일자 신문에는 간장약 4종, 약용크림·멀미약·소화제 각 1종 등 모두 7종의 약품 광고가 전체 광고지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술 광고도 만만치 않았다. 차갑게 마시면 더 좋다는 ‘냉 정종(청주)’ 대형광고, ‘맥주와 같은 청약주’, ‘A급 크라운 위스키’ 등 주류광고가 장기 계약을 맺고 게재됐다.

이 때 신문광고는 광고 모델에 대한 개념이 약했던 때여서 모델 대신 삽화가 주로 등장했고 심지어는 상품도 사진 대신 그림으로 실렸다.

5·16으로 인한 서슬 퍼런 시절이었던 당시 혁명과 춤을 결합시킨 특이한 광고도 등장했다.

캬바레 광고다. “혁명과업 완수에 노력하시는 여러분의 휴식처인 당 캬바레에서는 금번 육지부에서 미희 10여명이 입도하여 여러분을 모시코자 하오니 한번 왕림하시와 충분한 휴식으로서 명일도 재건에 이바지합시다” 춤을 춰 휴식을 취하고 재건하자는 이색 광고였다.

요즘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거리지만 1960년대에는 하루를 통째 투자해야 왕래할 수 있는 거리였다.

1961년 7월 4일자 ‘급행 정기 뻐-스 운행 안내’ 광고다. 오후 1시 30분 제주시발, 오후 5시10분 서귀포착으로 운행시간이 3시간 40분이 걸려도 도로사정이 열악했던 당시에는 ‘급행’이었다.

요즘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신문 광고를 보면 각종 세일, 영화광고가 주종을 이루는데 몇 십년 전 상황도 비슷했다. 40년전 1966년 9월 29일 추석을 앞두고 제주신문 광고를 보면 지금 못지않은 치열한 광고전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주류업체들은 전국을 대상으로 했지만 저마다 경품을 내걸고 추석선물용 주류 광고에 나섰다.

보해소주가 내건 경품은 특등이 고급피아노 한 대 또는 쌀 트럭 한 대분(60㎏ 들이 50포대), 일등은 텔레비전과 냉장고 각 3대, 이등은 황소 다섯마리와 고급전축 5대 등으로 엄청난 규모였다.

예나 지금이나 불경기에 얼어붙은 일반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물량공세가 중요한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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