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청춘과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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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은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해는 늘 기대와 설렘 속에 새 희망을 떠올리게 한다. 시계추가 자정을 넘기자마자 새해의 시작을 자축하고,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떠오르는 첫 일출을 바라보면서 소망을 빌기도 한다.

이처럼 모두가 새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지만 각자의 여건은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학에 대한 기대감에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지만 첫 선택에서 고배를 마신 학생이 192명에 달한다.

최근 발표된 제주시 동(洞)지역 평준화고교 입학시험의 결과다.

이들 학생이 4인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800명이 직접 영향권에 들어간다. 친가·외가 등이 뭉쳐있는 제주사회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수천 명에 이른다.

다음 달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다.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우리 주위에서도 희비의 쌍곡선을 극명하게 달리고 있다.

한 쪽에서는 합격의 기쁨에 들떠 있는가 하면 추가 합격이라는 실낱같은 끈을 놓지 못하고 노심초사 전화기만 쳐다보고 있는 이웃도 있다.

일부는 벌써 재도전에 나서기도 하고 있다.

대학에 합격했다고 모든 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취업이라는 더 좁은 문이 버티고 서 있다.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379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63년 이후 최저치다.

변변한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 여건을 고려할 때 대학문을 나서면서부터 제주의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를 짐작하게 한다.

우울한 주위 상황을 둘러보면서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열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가 떠오른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던 영화 속 두 주인공은 한 병실을 쓰게 되면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생의 남은 시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만들게 된다. 이들은 병실을 뛰쳐나가 하나씩 하나씩 목록을 실행해 나간다. 사냥하기와 문신하기,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등 그 내용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영화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한 일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버킷 리스트’는 원래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결국은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더 가슴 속에 다가온다.

2014년 벽두부터 시련을 겪고 있는 젊은 이웃들이 많다.

해가 바뀔 때면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지만 지금쯤이면 계획을 까먹거나 어그러져 실망감을 느끼는 이들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낙담하고 포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실수는 행동하는 자의 특권이자 젊음의 특권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직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첫날은 음력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부터다.

진로를 수정하면 어떻고, 서울의 고시촌과 노량진 학원가에 있으면 어떠하랴. 자신의 삶에 ‘버킷 리스트’만 확실하다면….

영화 ‘버킷 리스트’는 인생을 살만큼 살면서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지만 이제야 첫 걸음을 떼는 청춘에게도 유의미하다.

조금 있으면 청마(靑馬), 푸른 말의 해인 갑오년(甲午年)이 비로소 시작된다.

<홍성배 편집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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