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벽’ 허물었더니 어느새 정다운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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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이방인 아닌 평범한 이웃, 외국어 강사와 통·번역사로 활약…‘제주의 며느리’ 역할도 톡톡

“우리 함께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나볼까요. 렛츠 고(Let's go).”

 

지난 3일 서귀포시 동홍동 은현어린이집에 필리핀 ‘문화 전도사’들이 방문했다.

 

서귀포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나눔봉사단 맘 소속 동화구연봉사단(회장 마리사) 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이들은 베테랑 강사 못지않은 실력으로 어느새 어린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동화구연봉사단원들은 필리핀의 위치, 수도, 국기, 국화, 전통의상 등을 흥겨운 동요로 소개하며 어린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이어 대나무를 이용한 필리핀 전통 춤을 선보이며 어린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 딱’ ‘딱’ ‘딱’ 대나무가 부딪히는 리듬에 맞춰 대나무 막대 사이로 춤을 추는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의 고무줄놀이를 연상케 했다.

 

문화 강연이 끝나자 원숭이 한 마리가 등장해 필리핀 전래동화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준다.

 

어린이들은 또랑또랑한 눈망울을 반짝이며 원숭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 세상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동화구연봉사단은 지난해 3월 마리사 회장을 중심으로 도밍고신차, 안젤라, 디비나, 크리스틴 마리씨 등 5명으로 결성됐다.

 

이들은 3개월 동안 동화구연기술을 배우고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 이제는 전문 강사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동화구연봉사단은 지난 여름방학 서귀포시 내 도서관에서 주 1회 동화구연을 선보였으며, 이번 겨울방학에도 지난 주 위미초등학교 공연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처럼 제주에 새 둥지를 트고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한 삶을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은 정착 초기 일부 도민들의 편견과 무시에 마음고생을 겪기도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벽’을 허물며 당찬 삶을 일구고 있다.

 

특히 외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활용해 모국어와 영어 등 외국어 강사와 통·번역사로 활약하고 있다.

 

또 의용소방대와 각종 봉사단체에서 활동하며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주의 풍습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아울러 ‘고참’ 결혼이주여성들은 본인이 제주에 정착하면서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지혜와 경험을 ‘초짜 제주댁’에게 전수하며 정착을 돕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성공적으로 제주에 정착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면서 이들을 이방인이 아닌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도민들이 늘고 있다.

 

현정숙 은현어린이집 원장(61·여)은 “이날 공연은 다양한 나라의 문물에 호기심이 많은 원생들이 필리핀 문화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이 세계화시대에 발맞춰 어린이들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서귀포시 관계자는 “국제자유도시에 걸맞게 결혼이주여성을 비롯한 도내 거주 외국인들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결혼이주여성들은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당당하게 한국으로 이주해 온 새로운 이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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