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와 교감이 있는 한 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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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60년 만에 한 번 돌아 온다는 ‘청마(靑馬)’의 해다.

우리 민족에게 말(馬)은 상서로운 시작을 알리는 동물이었다. 모든 이야기의 처음, 그 탄생엔 늘 말이 함께했다.

신라 시조(始祖)인 박혁거세 탄생 설화를 보자.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따르면 서라벌에 와서 마을을 이루고 살던 고조선의 유민들이 어느 날 숲에 말이 무릎을 꿇고 우는 것을 발견했는데 막상 다가서자 말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큰 알에서 어린아이가 나왔다.

동부여의 시조 금와(金蛙)도 말이 발견한 것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말이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리매, 그 돌을 들추게 하니 어린애(금와)가 있었다’고 기록됐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 역시 왕인 금와 밑에서 말을 기르다가 왕자들이 자신을 핍박하자 명마를 타고 남쪽으로 도망 갔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우리 민족이 말을 상서로운 동물로 여기는 이유다.

말은 또한 신의(信義)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공물(貢物)을 주고 받을 때 말은 목록에서 빠진 적이 없다.

단군왕검의 아들이 중국의 우왕(禹王)에게 홍수를 다스리는 법을 전수할 때에도 그 신의를 저버리지 않겠다는 맹세로 우왕이 백마의 피로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문학과 영화에서 말은 대개 인간과 교감하는 동물로 묘사된다.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걸리버가 마지막으로 여행했던 마인국(馬人國)은 작가가 꿈꾸던 이상의 세계로 묘사된다.

1945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서도 말 복서는 정직하고 근면한 성품을 지녔다. 2006년 개봉한 영화 ‘각설탕’은 주인공 시은(임수정)과 경주마 ‘천둥이’와의 우정을 그린 것이다.

말은 또 희망과 정열을 상징한다. 말의 이미지는 박력과 생동감으로 표현된다. 싱싱한 생동감, 뛰어난 순발력, 탄력 있는 근육,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 기름진 모발, 단단한 말굽과 거친 숨소리가 연상 돼 강인한 인상을 준다.

지난해 말 사회를 달군 한 단어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안녕들 하십니까’다.

고려대 재학생의 대자보에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는 우리 사회에 안녕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새로운 사회적 울림을 만들어 냈다.

소통이 없는 정부(사회)에 던진 이 한마디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안녕하지 못한 사연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표현하며 가히 ‘안녕들하십니까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은 진보와 보수 세력 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며 국민들을 자괴감에 빠뜨리게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한 해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종북 논란, 코레일노조 파업 등으로 시끄러운 한 해였다. 그만큼 국론 분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민들의 심기는 결코 안녕들 하지 못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상서로우면서도 신의를 상징하는 말의 해다.

올 한 해만큼은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화합하며 서로 신의를 지키고 교감을 나누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상대방에 대한 신의만 있다면 서로 다툴 일이 없다. 교감을 나누다 보면 사랑과 존경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상대방을 비난하고 헐뜯기보다 양보와 배려를 통해 모두가 안녕해 질 수 있는 한 해를 만들어 보자.

신의와 교감이 통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 한 마음으로 청마처럼 힘차게 달려 나가자.

김문기/제2사회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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