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안녕들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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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식사는 하셨습니까?’

위 질문들은 언어가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언어학자들의 주장을 대표하는 예이다. 학자들은 언어는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그 시대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기자 역시 그 주장에 동의한다. 언어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이는 중등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언어의 특성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10일 고려대학교에 나붙은 대자보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가 2013년을 마무리하는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신드롬’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거리낌이 없다. 지난해 12월 19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국민행복의 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국민들은 질문하고 있다. ‘지난 1년 과연 행복해졌는가’라고. 이에 대한 대답을 지난 18일 제주시 연동에 나붙은 대자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목은 ‘안녕히 잘 살고 싶습니다’라고 게재한 이는 ‘연동 아줌마’다.

‘…이 세상 나만 사는 세상이면 그냥 살다 죽으면 그만이지 하겠지만 우리 아이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우리나라이기에 무서웠습니다. 그저 세금 꼬박꼬박 잘 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선거 때 놀러다니지 말고 투표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만 잘 키우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젠 살펴보려고 합니다. 제 주변을, 대한민국을, 세상을. 안녕하지 못한 이들을… 저도 이제 안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내가 행복한 나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 모두가 안녕한 나라. 저는 그런 나라에서 정말 안녕히 잘 살고 싶습니다.’

제주의 예이지만 이런 내용의 대자보들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런 대자보의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대자보들이 정확한 사실(fact)을 지적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일부 언론은 이런 점을 갖고 대자보들이 특별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기자에게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대한민국이 진정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내용의 대자보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보다 자유민주주의가 보장되고 있다는 2013년 대한민국에서 이런 내용의 대자보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2013년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안녕…’ 대자보 주장을 비판하는 입장도 타당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기준에 어긋나는 것이다. 대자보의 수치가 틀렸다고 그 내용 자체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틀린 수치는 토론과정에서 바로 잡으면 된다. 그 내용의 타당성을 놓고 비판을 해야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볼테르는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기자가 알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페이스북에 쓴 대자보의 일부이다. ‘…저도 사실 두렵습니다. 제가 대자보를 붙이는 행동으로 제 주변 사람이 피해를 입게 되는 건 아닐까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닌 저도, 부족함 투성이인 저도 용기내어 씁니다. 제가 쓴 한 장의 대자보가 옳지 않은 사회를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기자는 묻고 싶다.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것이 두려운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인가라고. 그리고 행복한가라고.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당부하고 싶다.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글에는 자신의 이름을 밝혀달라고. 떳떳하게 토론하자고.

부남철/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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