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해치면 설경 구경 무슨 소용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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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 시 아이젠 등 안전장구 착용, 저체온증.탈진 대비해야

겨울 한라산은 매혹적이다.

 

온통 눈으로 덮인 한라산은 천상의 풍경을 연출하며 흡인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비경이 펼쳐지는데, 그것도 시시각각 변화를 하니 감동이 벅차오를 수밖에.

 

세상이 저만치 아래 있으니 이곳에서는 마치 구름 위에 올라선 듯 황홀한 착각에 빠지고 만다. 이즈음에 사람들이 한라산을 향해 뽀드득 뽀드득 발걸음을 떼고 또 떼는 이유다.

 

하지만 겨울 한라산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짜릿한 경험은커녕 건강을 위협받기 십상이다.

 

가장 무서운 적은 추위로, 겨울 산행에서 저체온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은 떨어지는데, 보통 100m당 0.6도가 낮아진다. 평소 사람의 체온은 36.5도이지만 방광이나 직장 등에서 측정하는 ‘중심체온’은 37.5도 정도다.

 

중심체온이 정상보다 2도쯤 떨어져 35도가 되면 곧바로 저체온증 증상이 시작된다. 몸이 덜덜 떨리는 오한이 생기는 데 이어 33도까지 떨어지면 근육이 굳어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

 

중심체온이 30~31도까지 내려가면 의식을 잃게 되고 29도에서는 맥박과 호흡이 느려진다. 28도가 되면 마침내 심장이 정지한다.

 

강풍도 겨울 산행의 강적이다. 실제로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눈발이 날리면서 등산객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워 조난당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또 눈길을 걷는 일은 평소보다 체력이 2배 이상 소모되기 때문에 탈진할 가능성도 보다 높아진다.

 

이들 겨울 산행의 적을 물리치려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첫째, 사전에 기상 상황을 파악해 폭설이나 강풍 등에 대비하는 것이다.

 

둘째, 산행거리를 너무 길게 잡지 말고 일몰 이전에 목표장소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고 만일에 대비해 2시간 정도 여유시간도 배정해야 한다.

 

셋째, 아이젠 등 안전장구를 반드시 착용하고 유사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익혀둬야 한다.

 

넷째, 모든 사고의 원인에는 ‘설마, 괜찮겠지’ 하는 안전 불감증과 방관적인 자세가 깔려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 겨울 한라산에 오를 결심이 섰다면 황홀경을 상상하기에 앞서 발이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걷기 위한 만반의 채비부터 갖추자. 건강을 해친다면 눈꽃세상 구경이 다 무슨 소용이랴.

 

김현종 기자 taz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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