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채소를 가꿔왔던 어머니의 마음을 담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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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텃밭 우영협동조합 추미숙 이사장.현애자 상임이사
(사진) 언니네텃밭 우영협동조합 가공공장 개소식이 지난 27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에서 열린 가운데 추미숙 이사장(왼쪽)과 현애자 상임이사가 안전한 우리 밥상 지키기에 나섰다.
“우영밭(텃밭)에서 가족들이 먹을 채소를 가꿔왔던 어머니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일본발 방사능에 중국산 불량식품으로 우리 식탁이 날로 불안해지고 있다.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차려줬던 밥상에는 농약이나 중금속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

여성 농민들이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기 위해 손을 잡았다.

이를 위해 언니네텃밭 우영협동조합 추미숙 이사장은 안덕면에서 제주 첫 여성 국회의원을 지낸 현애자 상임이사는 대정읍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있다.

토종씨앗으로 제철 채소를 키워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있는 ‘언니네텃밭’은 2008년 제주여성농민회가 사라져 가는 토종자원 찾기 운동에서 출발했다.

안덕의 율무, 대정의 풋마늘, 한경의 쌀보리, 조천의 미나리, 구좌의 호박 등 28개 작물에서 119개의 토종종자를 찾아냈다.

추 이사장은 “토종콩으로 만든 두부는 미국산콩으로 만든 것보다 더 고소하고 맛이 있다”며 “토종씨앗은 맛과 영양은 물론 척박한 땅에서 싹을 틔울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고 말했다.

‘토종씨앗→제철 채소→우리 밥상’을 연계한 일련의 생산·판매 작업은 현 이사가 주도했다.

중앙 정치 무대에 이어 전국여성농민회에서 식량주권 수호에 앞장서 온 그는 구호가 아닌 실천을 위해 고향인 대정읍으로 내려왔다. 1600㎡(약 500평) 밭에 찰옥수수와 고추, 마늘을 직접 심으면서 실천에 옮겼다.

현 이사는 “어머니들이 욕심을 내지 않고 그날 밥상에 오를 배추와 고추, 무를 왜 작은 텃밭에서 재배했는지 알겠더라고요. 500평은 너무 넓고, 300평(990㎡)이 신선한 제철 채소를 재배하는 데 가장 적합했다”며 농사를 지은 경험을 얘기했다.

여성 농민들이 텃밭농사로 키운 채소를 도시 회원에게 공급하기 위해 ‘꾸러미’를 도입했다. 꾸러미에는 달걀(유정란)과 두부는 항상 기본에다 제철 채소가 알차게 담겨 있다.

월 5만~10만원을 내면 4회에 걸쳐 그 시기에 생산되는 제철 채소 꾸러미를 받을 수 있다. 이 공동체는 개인 영리를 추구하지 않기 위해 지난 3월 협동조합으로 전환, 법인을 설립했다.

언니네텃밭이 여느 직거래매장과 다른 점은 남의 재배한 농작물은 받지 않고 오로지 조합원(여성 농민)이 생산한 것만 취급한다는 것. 안전하고 믿음직한 먹거리만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입소문이 나면서 마을 부녀회에선 ‘농민장터를 열어 달라’, 서울에 사는 주부들은 ‘온라인판매를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정작 제주도 주부들은 회원에서 탈퇴하는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때가 되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가 번갈아가며 보내준 채소가 곳간에 가득 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도내 주부가 주 고객인데 제철 채소를 팔아야하는 언니네텃밭은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지난 27일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에서 가공공장 개소식을 가지면서 고민을 해결할 답을 찾았다.

가공공장에선 김장김치는 물론 마늘장아찌, 깻잎·양파절임, 순두부 등 제철 농산물을 재료로 아삭아삭한 반찬을 만들게 된다.

또 말린 고사리와 도라지를 포장 판매하고, 재래식 된장과 고추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 이사는 개소식에 맞춰 직접 밭에서 딴 호박으로 만든 호박즙을 갖고 왔다.

추 이사장은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대량 생산만을 쫓았던 농업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며 “제주의 우영밭처럼 소규모 다작으로 안전과 건강은 물론 환경과 땅을 보호하는 농업이야 말로 한·중 FTA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제철 채소 주문은 언니네텃밭(www.sistersgarden.org)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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