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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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2006년 서울 이태원에 있는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마크 로스코의 ‘숭고의 미학’전을 관람하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기자는 그 때까지 마크 로스코라는 화가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일행들이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그의 작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는데서 창피했지만 그럴 수도 있다라고 넘겼다. 그러나 관람객들의 태도를 보면서 솔직히 부끄러움이 더했다. 30대가 되도록 제대로 미술관을 찾아가 본 일이 없는 기자는 그들에게서 솔직히 소외감을 느꼈다. 이 때의 경험은 기자의 머리 속에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고 그 뒤로는 억지로라도 미술관을 찾아 보려고 노력하고 미술 관련 서적도 구입해서 읽고 있다.

엊그제 언론에는 오는 11월 경복궁 옆에 문을 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전시장에 내세울 만한 작품이 부족해 속을 태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관을 짓는 데 200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해 작품 구입 예산은 30억 원 남짓이어서 1년 예산을 다 털어도 피카소 작품 하나 사기가 빠듯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제주도립미술관이 떠올랐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올해 개관 4주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지역 시·도립미술관이 10억~30억 원의 예산규모를 갖고 있는 반면 제주도립미술관의 올해 예산은 2억 원이다. 작품 구입 예산 30억 원을 가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조차도 작품 구입이 힘든데 2억 원이라는 예산을 가진 제주도립미술관에게 ‘제주 대표 얼굴’을 구입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런 상황에 덧붙여 제주도립미술관의 수장고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이 제주도미술대전 대상 수상작을 보관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느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

미술관은 시대를 대표하거나 사료적 가치가 있는 우수한 작품을 수집 보관, 전시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제주도립미술관 역시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제주도 미술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하고 후손들과 그것을 공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도립미술관이 제주도미술대전 대상 수상작조차 보관하지 못한다는 것은 모두가 고민해야 할 점이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역사는 운명을 의식의 산물로, 예술은 운명을 자유의지로 바꾼다”라는 모토아래 문화부장관이 된 즉시 루브르박물관을 새단장하고, ‘프랑스의 기념비와 예술적 재원 총람’을 만들었다. 당시 그는 “대중은 미술관(박물관)을 학교처럼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올해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라는 대형 전시회를 기획했고 그 기획은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7만 여 명의 관람객이 관람료를 지불하면서도 그 전시회를 접했다. 전시회를 접한 기자 주위 사람들은 감탄을 자아냈다. 제주에서는 그런 작품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사람을 일상에 매몰되지 않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잠재된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발길이 늘어날수록 사회의 문화적 위상과 창조력이 높아진다는 건 바로 그런 까닭이다. 제주는 세계를 향해 열린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매달 새로운 입도 관광객 수치도 경신되고 있다. 그런데 이 관광객들이 볼거리가 없다고 고민한다.

고민하지 말자.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에 걸맞게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제주의 대표 미술관인 도립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제주도가 노력을 해야 한다.

도립미술관 직원들에게 그 책임을 넘길 것이 아니라 제주도 문화정책을 책임지는 정책결정자에게 그 의무가 있다. 애들과 함께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전을 봤다. 애들이 얘기한다. 다시 그 곳에 가고 싶다고. 그런데 찾아 갈 일이 없다고.



<부남철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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